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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지 않은 신파는 불가능한 것일까 <형>
이주현 2016-11-23

국가대표 유도 선수 고두영(도경수)은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는다. 사기 행각으로 옥살이하던 형 고두식(조정석)은 아픈 동생을 핑계 삼아 가석방의 기회를 얻는다. 가석방된 두식은 집 나간 지 15년 만에 동생과 동거를 시작한다. 두식은 동생에게까지 밥 먹듯이 사기를 치고, 시력을 잃은 뒤 세상과 담쌓은 동생은 형 때문에 속 편할 날이 없다. 한편 두영의 유도 코치 수현(박신혜)은 두영에게 장애인 올림픽 출전을 제안하지만 라면 하나 스스로 끓이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두영은 단번에 그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두식에게 뜻밖의 일이 닥치고, 두식은 두영이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해 자립할 수 있게끔 돕는다.

<>은 전형적인 가족 드라마의 구성을 취한다. 티격태격 으르렁대던 형제는 결국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눈물짓는다. 영화는 전반부의 코미디와 후반부의 신파로 정확히 나뉜다. <>은 정공법으로 그 전형성을 돌파해나가려 한다. 웃길 때 확실히 웃기고 울릴 때 확실히 울리는 것. 코미디와 신파의 중심축은 조정석이 담당한다. 앞 못 보는 동생에겐 라면을 끓여주고 자신은 밥을 먹는 두식의 인정머리 없는 행동은 조정석이기에 미워 보이지 않는다. 목욕탕 신이나 유도 신은 아이돌이 아닌 배우 도경수의 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니, 팬들이 두눈 크게 뜨고 반길 만하다. 이처럼 초반의 코미디는 배우들의 개인기와 매력 어필로 괜찮은 타율을 보인다. 아쉬운 것은 후반부의 반전과 신파다. 무리한 설정을 두 배우의 매력만으로 상쇄하려 한 건 제작진의 안일함으로 볼 수밖에 없다. “너 형 있냐? 나 형 있다” 같은 대사에선 나오려던 눈물도 쏙 들어가버리고 만다. <7번방의 선물>(2012)의 유영아 작가가 <>의 시나리오를 썼는데, <>은 정확히 <7번방의 선물>의 장점과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다.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는 다큐멘터리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촌스럽지 않은 신파는 불가능한 것일까. 반목했던 가족들의 화해가 가족 드라마에선 왜 이렇게 손쉽게 이루어질까. <>의 아쉬움은 휴먼 코미디를 표방하는 한국영화들에 대한 아쉬움과 맞닿아 있다. <맨발의 기봉이>(2006)의 권수경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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