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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한국 화이브라더스 지승범 대표이사
정지혜 사진 백종헌 2016-11-24

지난 5월 배우 김윤석, 유해진, 주원 등이 소속된 심엔터테인먼트가 한국 화이브라더스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했다. 중국 최대 종합 미디어 그룹인 중국 화이브러더스가 심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결과다. 이 과정에서 지승범 대표이사가 한국 화이브라더스를 이끌게 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영화산업 현장에서 한번도 일해본 적 없는 영화계 밖의 ‘뉴 페이스’다. 회계법인 삼정KPMG FAS의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컨설팅 전문 기업 이퀄리브리엄파트너스 대표를 지낸 ‘금융맨’이다. 그는 중국 화이브러더스와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이뤄냈고, 앞으로 한국 화이브라더스를 재무장해 ‘화이브러더스만의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그의 전략을 들어봤다.

-영화산업 내에서 한번도 일해본 적 없다. 한국 화이브라더스와의 새 출발에 어떻게 뛰어들게 된건가.

=중국에서 산 지 10년 정도 됐다(칭화대학 대학원 EMBA 석사과정을 마쳤다.-편집자). 중국쪽 투자 펀드의 운영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그러다 몇해 전 한국에 와서 한·중 회사간 인수합병을 자문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들어 중국에서 한국쪽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중국 기업이 한국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해 중반쯤 중국 화이브러더스를 찾아가 한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그때만 해도 왕중쥔 회장이 별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쯤 회장이 나를 불러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흐름과 현황을 다시 듣고 싶다고 하더라. 텐센트가 YG에, 알리바바가 SM에 투자하는 걸 보면서 화이브러더스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듯 하다.

-이 과정에서 화이브러더스는 2005년 설립한 배우 중심의 매니지먼트사인 심엔터테인먼트를 자회사로 삼았다. 중국 진출을 한 ‘빅 네임’의 배우가 있는 건 아닌데, 어떤 가능성을 본 건가.

=인수할 엔터사를 물색할 당시 심엔터테인먼트는 규모로만 보면 작은 편이었다. 하지만 10여년간 신인배우를 발굴해 트레이닝해서 성장시키는 연예기획 에이전시로 자리잡은 회사였다. ‘잘나가는’ 연예인들을 영입해 운영하는 경우에 비해 심엔터테인먼트는 스타 메이킹의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었다. 재무 건실성도 좋았고. 그런 면을 높이 샀다. 실제 만남에서 결정을 하기까지 두달도 채 안 걸렸다.

-대표이사로서 그리고자 하는 전략적 큰 그림이 있을 것이다.

=상장회사(지난해 9월 심엔터테인먼트는 국내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 최초로 코스닥에 직상장했다.-편집자), 콘텐츠 회사들을 지속적으로 인수해 하나의 바스켓 안에 담자는 게 하나의 방향이다. 상장회사는 기업 가치평가가 좋고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도 인수가 가능한 점이 매력적이다. 수직 계열화를 통해서 우리의 콘텐츠와 시스템이 시너지를 내게끔 하려 한다. 이때 중국 화이브러더스의 여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물론 화이브러더스도 한국을 통해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제3의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순조로울 것이다.

-한국 화이브라더스는 <터널> <더 폰> <명량>의 시각특수효과(VFX)를 담당해온 매드맨포스트를 인수했다.

=한국 화이브라더스가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이라면 결국 중국 화이브러더스이다. 중국 화이브러더스는 영화 제작으로 이미 자리잡았다. 한국 VFX 업체들의 기술력은 우수한데 중국영화의 수주를 받기가 쉽지 않다. 화이의 중국 플랫폼과 기술력이나 팀워크가 높게 평가된 매드맨포스트가 결합한다면 덱스터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웃음)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해 공부 중이라 했다. 6개월 정도 지내고 보니 대략 어떤 업계라고 파악했나.

=제조업, 바이오산업 등도 검토해봤지만 그에 비하면 일단 산업 자체가 재미있다. 소비자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는 콘텐츠가 많으니 흥미롭고 훨씬 더 빨리 이해된다. 물론 아직도 아이돌 멤버의 이름은 잘 모르고 드라마도 너무 많아 미처 못 챙겨보고 있지만. (웃음) 한국 연예산업계 종사자들과 만날 일도 많아졌다. 기존의 심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던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 중이다. 한국에서는 뭔가 일을 하려면 소주 한잔은 꼭 해야 하더라. 근데 내가 제일 못 마시는 게 소주라서. (웃음)

-한국 영화인들의 중국 진출 시 관시(關係)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10년간의 중국 생활로 그 부분에서만큼은 노하우가 확실하겠다.

=중국에는 ‘비즈니스를 하기 전에 먼저 친구를 만들라’는 말이 있다. 내가 뭘 하기 전에 중국 친구들로부터 제안이 들어올 때가 많다. 화이브러더스를 알게 된 것도 나와 8년 가까이 농구를 해온 중국 친구의 소개 덕이다. 친한 친구의 소개면 또 서로 금방 친해진다. 어디든 마찬가지 아니겠나.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잘하게 되고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생기고. 또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이 또 좋은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반대로 나도 좋은 사람을 친구에게 소개한다.

-대표직에 오른 뒤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에 비해 90.7% 상승한 걸로 평가됐다.

=기존의 매니지먼트 사업과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제작 수입이 있었다. 지속적으로 영화, 드라마를 자체 제작해갈 예정이다. VFX사를 시작으로 인수합병을 계속해 내년에는 더 성장할 수 있지 않겠나.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긴 힘들고 차근차근 회사의 방향을 잡아갈 계획이다.

-영화, 웹툰 등 원천 소스에 투자하는 자회사 화이 인베스트먼트도 세웠다. 한국벤처투자의 한류 콘텐츠의 중국 진출을 지원하는 500억원 규모의 펀드인 ‘한국문화산업 공동발전펀드’의 운용사 선정에도 뛰어들었다.

=사명 변경 후 중국쪽 네트워크가 좋은 회사로 업계에 알려지면서 투자 제의가 많이 들어온다. 중국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잖나. 중국 파트너가 있는 우리가 함께하면 잘될 거라는 생각이 강하다. 상장회사로는 바이 아웃(인수)만 보고, 콘텐츠가 훌륭해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사업 초기인 기업은 펀드형으로 투자하기 위한 계획이다.

-아시아 No.1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의 도약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았다.

=중국 화이브러더스와 합쳐서 그렇다. (웃음) 화이브러더스만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싶다. 연예 매니지먼트, 영화와 드라마 제작, 원천 IP(지적재산권)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우리의 후반작업 업체가 투입되고, 펀드까지 들어오는 거다. 수직 계열화의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팀을 꾸리는 게 급선무다. 창의적인 인재를 영입하고 그런 회사를 인수해 아시아종합엔터테인먼트를 만들어가겠다.

-좋아하는 영화나 제작해보고 싶은 영화가 있나.

=한국영화 중에서는 최근 매드맨포스트가 작업한 <터널>과 (한국 화이 브라더스 소속의 유해진이 주연인) <럭키>. 이것 빼고는? <굿 윌 헌팅>(1997)을 가장 좋아한다. 당분간은 사드 문제 때문에 한·중 합작영화 제작보다는 국내 제작에 집중할 생각이다. 영화 제작에는 변수가 많으니 하나에 올인하는 건 지양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