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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발칙하고 부담스럽지만 귀여운 <비치온더비치>
윤혜지 2016-12-07

어느 대낮, 가영(정가영)은 느닷없이 정훈(김최용준)의 집에 들이닥친다. 정훈 집에 오자마자 익숙하게 캔맥주를 찾아 따 마신 가영은 정훈에게 말한다. “야, 우리 자면 안 돼? 자자.” 가영은 정훈의 전 여자친구다. 현재 다른 여자친구가 있는 정훈은 황당해하며 가영을 얼른 돌려보내려 하지만 가영은 끈질기다. 정훈은 ‘상식’을 들이밀며 가영의 요구를 거부하지만 가영은 그게 무어 대수냐는듯 지치지도 않고 거듭해 정훈을 유혹한다. 가영은 정훈에게 ‘한번 잘 것’을 조르는 동시에 “왜 남자들은 자신을 먼저 덮치려 하지 않는가”를 묻는다. 또 마음이 가는 다른 누군가에 관해 정훈에게 상담 비슷한 것을 하기도 한다. 정훈은 가영의 보챔이 귀찮다는 듯 굴지만 의외로 성실하게 가영의 물음에 답하고 가영의 요구에 응한다. 가영과 정훈은 이제라도 지난 연애 때 못다 한 화해를 하려는 듯 보인다.

가영에게 공감할 수 있는가 아닌가로 영화에 대한 호불호도 분명하게 갈릴 것이다. 가영은 사람을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만들지만 자신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때로 반성도 하는 인물이다. 나름의 귀여움도 있다. 그러니 정훈도 가영을 내치지 못하는 것일 터다. 섹스에 대한 가영의 선명한 욕망이 종종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그 불쾌함이 어디에서 기인하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여성의 성욕과 남녀의 연애관에 대해 이야기해볼 만한 꽤 의미심장한 덩어리를 던지기도 한다. 핑퐁처럼 끊임없이 주고받는 가영과 정훈의 대화는 시시하지만 은근한 중독성을 지녀 자꾸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재기는 있지만 뒷심이 부족해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의 박력과 패기가 조금씩 흐릿해진다는 점은 아쉽다. 정가영 감독은 전작 단편들인 <혀의 미래> <내가 어때섷ㅎㅎ> <처음>에서도 연출과 연기를 겸하며 성적 욕망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비치온더비치>는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여기서도 감독은 가영을 직접 연기했다. 감독의 유튜브 채널 ‘가영정’에서 그의 단편 전작들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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