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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가족 형태에 관한 하나의 주석 <아기 배달부 스토크>

지금은 아무도 안 믿겠지만, 옛날 옛적 황새가 집집마다 아기를 배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이 변했듯 황새도 변했다. 시대에 맞춰 글로벌 유통회사로 옷을 갈아입은 것. ‘튤립’은 황새들이 판치는 회사의 유일한 인간 소녀다. 주소 수신기 파손 사고로 이곳에 남은 튤립은 손대는 족족 뭐든 망가뜨리기 일쑤인, 회사의 골칫거리다. 회장은 황새 주니어에게 사장 자리를 내어줄 테니 튤립을 몰아내라고 지시한다. 이에 주니어는 튤립에게 요즘 일이 전혀 없는 우편물 관리자 자리를 맡긴다. 그러던 어느 날 손수 쓴 편지 한통이 회사에 배달된다. 아직도 황새가 아기를 배달해준다고 믿는 소년이 세상에 존재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는 발칵 뒤집힌다.

황새가 아기를 배달해준다는 전설의 현대적 변환인 이 애니메이션은 오늘날의 가족 형태에 관한 하나의 주석을 단다. 부모와 자식 한명을 기본 구성으로 하는 맞벌이 부부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와 놀아줄 시간이 부족하고, 이에 소외된 아이가 동생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배달해준다는 설정은 일견 과거 회귀적인 대가족 유토피아를 암시하는 것 같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고, 원하는 대로 아기의 외모를 선택하는 근미래의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황새가 아기를 배달한다는 순수한 상상과 대체 가능한 인류라는 디스토피아가 무시 못할 연결성을 지니고 있음이 감지된다. 물론 영화는 이런 디스토피아에는 눈을 감은 채 아기를 낳는 노력에 맞먹는 파란만장한 아기 배달 스토리를 감동 있게 그려낸다. 유머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니콜라스 스톨러의 각본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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