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설득의 기술과 사기의 기술의 한끗 차이 <마스터>
이주현 2016-12-21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는 전작 <감시자들>(2013)처럼 치밀한 추격전의 쾌감을 동력으로 삼는 영화다. 동시에 <감시자들>보다 더 빠르고 강력한 잽을 날리면서 전작과의 비교를 거부한다. 다단계 금융회사 원네트워크의 진 회장(이병헌)은 타고난 언변과 사기 지능으로 돈을 쓸어모으는 희대의 사기꾼이다. 진 회장의 뒤를 캐던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김재명(강동원)은 진 회장의 수하인 원네트워크 전산실장 박장군(김우빈)을 미끼 삼아 확실한 증거를 손에 넣으려 한다. 박장군은 진 회장과 김재명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생존을 모색하려 하고, 김재명이 진 회장의 뇌물을 받은 윗선들까지 잡아넣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자 눈치 빠른 진 회장은 자신을 향해 좁혀오는 수사망을 따돌리고 해외로 종적을 감춘다. 그리고 필리핀 마닐라에서 더 큰 사기를 계획한다.

조의석 감독이 얘기한 것처럼 진 회장 캐릭터는 피라미드 사기사건으로 4조원을 가로챈 사기범 조희팔을 모티브로 삼았다. 진 회장의 이름인 진현필도 조희팔의 초성을 따서 만든 이름이며, 사기사건의 피해자 이야기나 진 회장의 해외 사망설 등도 실화에서 뻗어나온 가지들이다. 비단 조희팔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동안 여러 번 기시감이 든다. 로비 장부의 실체라든지, 타살로 추정되는 고위층의 자살사건 등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이다. 현실이 영화보다 더 극적으로 돌아가는 요즘, 권력층 비리를 다룬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상상력을 요구받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국정 농단 게이트로 인해 국민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반전에 익숙해진 까닭이다. <마스터>는 반전에 기대는 스토리가 아닌 매력적인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스타 배우를 캐스팅한 것도 삼각구도에 팽팽하게 힘을 싣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악역인 진 회장 캐릭터가 막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덕에 선악의 대결 구도는 끝까지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거기엔 설득의 기술과 사기의 기술이 한끗 차이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병헌의 호연 덕이 크다. 진경, 엄지원, 오달수 등도 적재적소에서 활약하며 마닐라 로케이션 장면도 영화에 다채로움을 더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