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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확실히 도달하는 단단한 장르영화 <패신저스>
송경원 2017-01-04

아발론호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들을 싣고 개척행성으로 향하는 초호화 우주선이다. 120년이 걸리는 장기간 항해를 위해 5천명의 승객과 258명의 승무원들을 동면 상태로 유도하고 완벽한 시스템을 갖춘 컴퓨터가 상황을 통제한다. 그러나 운석과의 충돌로 인해 도착 4개월 전에 사람들을 깨우도록 프로그램된 장치에 오류가 생기고 출발한 지 30년 만에 승객 한 사람이 깨어나는 사고가 발생한다. 기계공인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은 90년 동안 우주선에서 홀로 살아야 하는 현실 앞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하지만 지독한 외로움만큼은 어쩔 수 없다. 막다른 곳에 몰렸던 그는 우연히 동면 장치 안에 잠든 아름다운 여인 오로라(제니퍼 로렌스)를 발견하고 작가인 그녀의 글을 읽으며 생의 의지를 회복한다.

<그래비티>(2013)나 <인터스텔라>(2014) 같은 우주 모험을 떠올리면 당황할 수도 있다. <패신저스>는 차라리 <캐스트 어웨이>(2000)나 <블루 라군>(1980) 같은 조난물에 가깝다. 단지 섬이 아니라 우주선에 고립된 상황이 이채로울 뿐 한정된 공간에서 두 남녀가 함께한다는 뼈대와 이후 전개는 판박이다. 아발론호는 초호화 우주선답게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고, 생존이 해결된 남녀 앞에 남은 문제는 외로움이다. 밀폐된 우주선이 지옥이 될지 낙원이 될지는 오직 두 남녀의 감정에 달렸다. 문제는 오로라가 깨어난 상황에 대해 짐이 윤리적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패신저스>는 인간적인 고뇌와 어둠을 깊숙이 파고들어 질문하는 영화가 아니다. 우주여행이라는 이채로운 볼거리와 낙원에서의 사랑을 버무린 SF 로맨스 어드벤처다. 행복이 가득한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값비싼 로맨스는 전반적으로 착하고 순진하다. 묵직한 성찰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해 목적지에 확실히 도달하는 단단한 장르영화이기도 하다. 로맨스라는 항로로 정확히 프로그래밍된 이야기는 짜임새 있는 긴장과 극적 갈등 안에서 충분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오직 둘이서 영화를 채우는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도 모자람이 없다. 영화 자체가 호화스러운 아발론호를 닮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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