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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초상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
김수빈 2017-01-25

두수(정두원)는 매일 밤 가락시장으로 출근한다. 회사원에 비해 월급도 적고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해야 하지만, 야근과 회식이 없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두수의 보스, 청과물 가게 양 사장(전규일)은 내기 장기에 빠져 있다. 양사장의 장기판에서 훈수를 두던 두수는 자신도 모르던 장기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다. 금세 시장 바닥을 제패한 두수는 동료 장씨 아저씨의 소개로 장기판의 메카, 탑골공원에 입성한다. 이곳의 최강자는 박 사장인데 그는 내기 장기로 건물까지 세운 사람이다. 어느 날, 두수의 친구들이 건물주 박 사장의 갑질에 피해를 입자 두수는 박 사장을 상대로 한판 장기 내기를 제안한다.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을 채우는 것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초상이다. 밤새워 육체노동을 하고 아침이면 양복 차림으로 퇴근하며 부모님을 속이는 청년,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는 사회 초년생, 배달 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하는 배우 지망생, 사회의 냉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운동가 등이 그렇다. 이들은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취미와 작은 재주들을 활용해 생활의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비현실적이라 할 만한 주인공의 장기 실력으로 상황을 반전해낸다. 아쉬운 것은 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연대가 후반부에야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전까지는 에피소드들이 파편화된 채 흩어져버리고 작품의 톤도 일관적이지 않다. 과거와 현실의 잦은 교차편집과 의도를 알 수 없는 신들이 장면간 결속을 해치는 주된 요인이다. 잔재미를 유도하는 빠른 리듬의 대사도 오히려 집중력을 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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