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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것은 오직 아무것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뿐 <퍼스널 쇼퍼>
송경원 2017-02-08

모린(크리스틴 스튜어트)은 파리에서 유명인사의 의상을 관리하는 퍼스널 쇼퍼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화려함이나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영매이기도 한 그녀는 석달 전 쌍둥이 오빠가 사망한 다음부터 오빠의 영혼으로부터 연락이 오길 기다리고 있다. 오빠의 연락을 기다리며 외로움에 지쳐가던 어느 날, 모린에게 한통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난 널 알고, 너도 날 알아’라는 메시지를 보낸 의문의 존재는 모린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속속들이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서 선명한 것은 오직 아무것도 단정지을 수 없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모린은 스스로 영매라고 믿지만 어떤 형태로도 그 사실은 증명되지 않는다. 오직 그렇게 추측할 수 있는 정조가 깔려 있을 뿐이다. 중반까지 영화는 서스펜스 내지 호러영화로서 소임을 다한다. 보이지 않는 불안은 느낄 수 있도록 몰아가는 힘이 상당한데, 대부분 장면을 구현하는 연출의 공이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에 이어 다시 한번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호흡을 맞춘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이번에도 인물 내면의 형상화를 시도한다. 정확히는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대신 모린이 겪고 느끼는 감정, 혼란스러운 상태 그 자체의 묘사에 대부분의 공을 들인다. 후반부 갑작스런 분위기 변화와 불친절한 결말은 다소 당황스럽지만 그럼에도 어떤 정조를 안개처럼 흩뿌려 끝까지 유지하는 공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영시간을 혼자 지탱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만으로도 감상할 가치는 충분하다. 굳이 서사적 의미를 찾기보단 잘 짜인 사운드로 빚어낸 화면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쪽을 추천한다. 6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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