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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보고] 데인 드한 인터뷰
안현진(LA 통신원) 2017-02-10

2012년, 인디영화 <크로니클>로 혜성처럼 나타난 데인 드한은 지난 5년간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이어왔다. <더 큐어> 역시 배우로서 그가 이어온 발자취에서 벗어나지 않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선택이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오는 주연 중의 주연, 데인 드한과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만나 <더 큐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를 보면 충격적인 장면이 몇번 나온다. 어떤 장면이 힘들었고 어떤 장면이 재밌었나.

=장면마다 다르지만, 모두 힘들었고 또 모두 재미있었다. 차단 수조(Deprivation Tank)에서의 장면이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고 치과 의사와의 장면이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말했다시피, 모든 장면은 각각의 이유로 힘들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이 재미였다. ‘재미’의 교과서적 정의와는 다를지 몰라도 나 스스로를 도전하게 하는 것이 내게는 재미였다.

-그동안의 출연작을 보면 흥미로운 선택들이다. 영화를 고를 때 어떤 점에 끌리는지 궁금하다.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은 나를 흥분시킨다. 이를테면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2013)는 분명히 그런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더 큐어>)는 처음 이야기를 만났을 때부터 독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거칠고 미친 것 같았고 무서웠다. 고어 버빈스키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심했을 거다.

-무서운 장면들을 위해 참고한 영화나 고전 공포영화가 있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내게 분위기를 보라며 추천한 영화들은 있었다. <악마의 씨> <샤이닝> <오멘> <이창> 등이다. 내가 좋아하는 ‘무서운 영화’들이었다. 각본을 보기 전에 고어와 만났을 때 그는 이 영화들을 언급하며 1970년대에 나온 공포영화 느낌으로 만들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와, 멋지다’라는 생각과 야심만만하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고어 버빈스키는 촬영장에서 어떤 감독이었나.

=모든 과정을 천천히 진행하는 감독이었다. 거의 모든 프레임에 내가 나오는 이유로 (웃음) 매일 그와 협업하여 진행했다. 관객이 다음 장면을 궁금해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촬영 때마다 논의했다. 그는 록허트에 대한 나의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감독으로서 분명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 비전을 연기로 살려내는 것이 나의 임무였고. 고어가 가진 비전은 굉장히 상세했고 그 때문에 내 역할이 조금 쉬워졌다.

-록하트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자신의 삶을 컨트롤한다고 믿는 자신만만한 사람이다. 성공을 향해 달리고 완벽한 삶을 누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깊이 병들어 있다. 동시에 추진력도 있다. 그래서 재활센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수수께끼를 풀려고 한다.

-재활센터의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병들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슨 병이라고 생각하나.

=록하트가 이 영화에서 딱 맞춤인 프로타고니스트가 될 수 있는 건, 성공과 돈을 향한 눈먼 욕망을 가졌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설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 속에서 그는 너덜너덜해졌다. 그는 자신이 성공한 부자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을 때 받아들이는 거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록하트는 깁스를 한 채로 목발을 짚고 곳곳을 탐색한다. 왜 이리 거추장스러운 코스튬을 입혔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나.

=(웃음) 영화에서 정말 뭐가 많긴 했다. 그런데 깁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캐릭터 같아져서 조금은 좋아하게 됐다. 장애물이 많을수록 성취가 빛나지 않나. 깁스는 그런 점에서 함께하기에 훌륭한 장애물이었다. 고어는 내게 빨리 움직이라고 했는데, 깁스를 입힌 건 그가 아닌가! (웃음)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삐걱대는 소리가 나, 관객을 마음 졸이게 하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깁스에 대해서 그렇게 호의적으로 말하다니 놀랍다. 비슷한 다른 경우는 또 무엇이 있었나? 이를테면 관객은 보기에 힘들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것은.

=글쎄, 깁스를 장애물로서 괜찮다고 했지 좋아한다고 말한 건 아니다. 그리고 보기에 힘든 건 촬영하기에도 힘들었다. 수중 촬영은 특히 힘들었다. 2주 동안 진행됐고 그동안 내 몸은 늘 물에 젖어 있었다. 전신을 벨트로 바닥에 묶고 촬영했기 때문에 위급한 순간을 대비하여 다이버들이 대기하기도 했다. “뭔가 이상하다“, “꺼내줘” 같은 말들을 수신호로 약속해뒀는데, 한번은 수중 압력이 너무 강해서 참을 만큼 참다가 이상하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는데도 “뭐가 이상하냐”며 수중 스피커로 다시 묻는 거다. 그래서 “꺼내줘”라고 다시 신호를 보냈고 다이버가 뛰어들어 나를 건져주었다.

-그 정도의 고생이라면 감독의 능력을 믿는 것 이상으로 감독을 믿어야 할 것 같다.

=맞다. 나는 고어를 100%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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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