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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 매력은 사라지고 엉뚱하게 더 우스워진 속편 <50가지 그림자: 심연>
김수빈 2017-02-15

연애관의 간극을 넘어서지 못하고 멀어진 그레이(제이미 도넌)와 아나(다코타 존슨). 그사이, 아나는 한 출판사 편집팀장의 비서로 취직한다.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는 아나 앞에 어느 날 그레이가 나타난다. 돌아온 그레이는 자신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자신한다. 그의 말대로 그레이는 더이상 둘 사이의 계약에 집착하지도 않고, 심지어 내밀한 아픔을 털어 놓기도 하며 아나와의 관계 발전을 꾀한다. 아나 역시 그레이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던 차, 그레이의 과거 여인들이 아나 주변을 맴돌기 시작한다.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BDSM을 소재로 일탈적 성적 관계를 묘사하는 데에서 한 발짝 나아가 관계를 다지려는 연인의 모습을 그린다. 에로티카 소설로서 원작이 지니는 정체성은 한층 옅어졌다. 대신 베일에 싸인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스릴러 무드를 조성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서막이 오를 지점에 결말을 지어버리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물들의 본격적인 사연은 다음 편을 기약하며 끝난다(<50가지 그림자: 해방>). 사연을 입지 못한 캐릭터들은 한껏 질투하는 장면만 강조되고 우스운 캐릭터로 소모되어버린다. 연인간의 섹스는 갈등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더 단순화됐고, 몇몇 소품과 카메라의 시선은 자극적인 방향으로만 치닫는다. 헐거운 이야기의 짜임새도 여전하다. 헬기에서 추락하고도 몇 군데 타박상만 입고 멀쩡히 귀가한다거나 신입 비서가 편집팀장의 자리로 수직 상승한다는 식의 허황된 설정은 황당하기까지하다. 관능적 매력은 사라지고 엉뚱하게 더 우스워진 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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