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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총이 아닌 마음만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핵소 고지>
장영엽 2017-02-22

전쟁터에서 총이 아니라 꽃 같은 마음만으로 사람을 구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이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을 가능하게 한 실존 인물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국 군인 데즈먼드 도스가 그다. 데즈먼드는 독특하게도 무기를 거부하면서도 병역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의무병으로 지원해 미군에 입대한 그는 맨몸으로 전장을 뛰어다니며 75명의 생명을 구했고, 미국 정부는 그에게 ‘명예의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멜 깁슨이 <아포칼립토>(2006) 이후 10여년 만에 연출을 맡은 <핵소 고지>는 이 데즈먼드 도스의 실화를 극화한 전쟁영화다. 할리우드에서 뭇 폭력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멜 깁슨이 비폭력주의자에 대한 영화를 차기작으로 선택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만 어찌됐던 <핵소 고지>는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멜 깁슨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작품이 됐다.

영화는 데즈먼드 도스(앤드루 가필드)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두루 훑는다. 어린 시절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비폭력에 대한 신념을 구축하고 사람을 살린다는 것의 의미를 깨우치는 과정, 군대에 입대한 뒤 무기를 잡지 않겠다는 그의 신념이 동료들과의 갈등 상황을 경험하며 흔들리는 과정, 지옥과도 같은 전장의 풍경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희망을 끝내 잃지 않는 데즈먼드의 모습이 장엄한 필치로 묘사된다. 이 영화를 보면 멜 깁슨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와 <아포칼립토>의 감독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는데, 주인공을 거대한 삶의 격랑과 심리적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그의 선택을 차분하게 응시하는 데 깁슨의 지속적인 관심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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