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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만큼이나 숭고한 인간적 고뇌의 과정 <사일런스>
장영엽 2017-03-01

17세기 일본, 천주교를 전파하기 위해 그곳에 머물던 포르투갈 신부 페레이라(리암 니슨)가 사라진다. 그리고 흉흉한 소문이 들려온다. 페레이라가 천주교를 저버렸으며, 공개적으로 신을 모독했다는 것이다. 페레이라의 두 제자,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르페(애덤 드라이버)는 스승을 구원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천주교 박해가 한창인 일본으로 향한다. 나가사키의 수령 이노우에(잇세이 오가타)의 가혹한 박해를 피해 페레이라의 행적을 좇던 두 신부의 여정은 점점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절망하고 싶은 유혹이 듭니다. 두렵습니다. 당신의 침묵의 무게가 두렵습니다. 기도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허공에 기도하는 것입니까?” 낯선 이국 땅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탄식한다. 인간이 절망 속에 있을 때 목놓아 불러도 대답하지 않는 신의 침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거대한 질문이다. 그 자신 또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마틴 스코시즈는 스스로 확답을 내리기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가정을 제기한다. 신을 찾는다는 건 어쩌면 우리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이다. 시냇가에 비친 로드리게스의 얼굴이 잠시 동안 예수의 얼굴로 바뀌는 환영을 보여주듯, <사일런스>는 끊임없는 시험에 고통받는 한 신부의 모습을 통해 종교만큼이나 숭고한 인간적 고뇌의 과정을 유려하게 묘사한다. 2시간40여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풍성한 스토리텔링과 아카데미 촬영상 후보에 오른 로드리고 프리토의 압도적인 촬영이 긴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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