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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같은 열차, 같은 풍경 그녀가 사라졌다 <걸 온 더 트레인>
정지혜 2017-03-01

매일 같은 시각, 레이첼(에밀리 블런트)은 통근 열차의 같은 좌석에 앉아 창 너머의 ‘그녀’를 본다. 레이첼은 ‘그녀’가 자신은 잃어버린, 그러나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한다. 한때 레이첼은 ‘그녀’의 이웃집에 살았다. 지금은? 남편과 이혼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전남편은 애나(레베카 퍼거슨)와 결혼했다. 레이첼의 ‘그녀’는 메건(헤일리 베넷)인데 애나의 집에서 보모로 일한다. 전남편과 애나를 향한 레이첼의 화가 커져갈 때쯤 메건이 실종된다.

레이첼, 메건, 애나 세 여성간의 물리적, 감정적 거리가 점점 좁혀진다. 그 방식과 이유가 석연치 않다. 레이첼의 욕망이 투사된 내레이션과 메건을 중심으로 한 플래시백은 이들 세 여성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려는 형식적 시도다. 그런데 외형적으로 어수선할 뿐 서스펜스를 쌓지는 못한다. 관객의 의심을 사려고 의도적으로 등장시킨 인물도 그렇다. 세 여성은 저마다 남성들에게 상처를 입었다. 그로 인해 남편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던 메건이 보여주는 태도 변화나 알코올 중독성 기억상실인 줄 알았던 레이첼의 진실에는 허점이 많다. 영화는 세 여성이 공동의 상처로 이어진다고 굳이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이상으로 품었던 인물이 적이 되고, 알고보니 적수도 결국 ‘나와 같았다’는 동류 의식이 비틀어놓은 형식 안에서 설득력을 보이진 못한다. 이와 별개로 어느 순간 도약한 에밀리 블런트는 피로하고 메마른 얼굴로 중심을 잡는다. 헤일리 베넷, 레베카 퍼거슨 역시도 꽤 매력적으로 역할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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