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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자전적인 가사의 힘 - 더 게임, <The Soundtrack>

“이 랩 게임은 내가 접수했지!” 같은 래퍼들의 가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게임이란 힙합 ‘신’ 혹은 힙합 ‘산업’ 자체를 가리키는 은어다. 때문에 래퍼의 이름이 게임인 건 힙합 안에서는 멋있는 일이다.

《1992》는 게임이 지난해 말에 발매한 최근작이다. 2005년, 닥터 드레의 지원을 받고 등장한 지 10여년 만에 벌써 8번째 정규앨범이다. 《1992》라는 앨범 타이틀은 대부분이 연상하는 그것이 맞다. 1992년.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 선미의 출생,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게임이 이 앨범에서 이야기하는 건 LA 폭동, NBA 올스타전, O. J. 심슨 등이다. 미국인에다 캘리포니아의 악명 높은 소도시 콤프턴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인 만큼 자연스러운 소재다. 게임은 이 앨범에서 유년기에 겪은 폭력적인 환경과 다양한 사건, 갱단의 일원이었던 부모 등에 대해 생생하게 가사를 써낸다. 음악 속 가사가 곧 음악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인 힙합 특유의 전통(?)을 이보다 더 잘 드러낼 수 없는 작품이다.

가장 즐겨 듣는 노래는 <The Soundtrack>이다. 앨범을 통틀어 가장 낭만적이고 회고적인 노래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노래의 후렴은 이렇다. “게토의 사운드트랙은 《The Chronic》이었지….” 이 노래를 통해 게임은 자신을 등용한 은인이자 음악적 스승인 닥터 드레에게 존중을 표하면서도, 힙합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닥터 드레의 데뷔앨범 《The Chronic》이야말로 그 시절 가난하고 위험한 삶을 살았던 모든 흑인의 정신을 지배했다고 말한다. 난 게토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흑인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가슴이 짠해진다. 1992년에도 힙합은 삶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