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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요한 필립 애스백
송경원 2017-03-30

유쾌하고 에너지 넘친다. 요한 필립 애스백은 2008년 닐스 아르덴 오플레브 감독의 <두개의 세계>로 영화계에 발을 들인 덴마크 출신의 라이징 스타다. <루시>(2014), <벤허>(2016) 등 규모 있는 작품은 물론 <왕좌의 게임> 등의 TV시리즈에도 잇따라 출연하며 착실히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를 보조하는 철벽의 파트너 바토 역을 맡은 그는 원작의 오랜 팬이었다며 이번 영화에 출연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묵직하고 낮은 목소리와 달리 풍성한 표정으로 장면을 재현해주는 모습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진중하지만 따뜻한 내면을 지닌 바토와 점점 겹쳐 보였다.

-<공각기동대> 원작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봤나.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은 진즉부터 팬이었고 시로 마사무네의 만화는 나중에 봤다. 내가 어릴 땐 덴마크에서 만화를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웃음)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가 유럽에 소개되었을 때 난 중고생이었다. 요컨대 ‘나는 누구인가’ 등 자아를 찾아나가는 질문들을 하던 시기였다는 말이다. 당연히 로봇과 인간의 경계를 다룬 애니메이션의 주제가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시로 마사무네는 예언자다. 그는 인터넷이나 코드가 생기기도 전에 그에 대한 상상을 구체화했다.

-바토가 의안을 달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바토의 성장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는 애니메이션만큼 원작 만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의 바토는 좀더 늙고 성숙하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볼 때는 개인적으로 쿠사나기 소령쪽에 더 공감했다. 하지만 만화 속 바토는 더 남성적이고 근육질이며 젊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미지화한 바토는 원작 만화에 가깝다. 만약 내가 바토 역할을 15년간 할 수 있다면, 원작 만화의 바토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 속 바토까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연기할 것이다.

-바토는 외형을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의안을 다는 등 분장이 힘들진 않았나.

=영화에서는 의안 없는 바토가 먼저 등장한다. 눈은 영혼의 거울이기 때문에 관객이 캐릭터와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다. 짧은 시간 안에 캐릭터를 설득시키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한다. ‘바토 라이징’이라고 할까. (웃음) 의안 없이 연기할 수 있는 날은 행복했고, 의안을 분장하고 연기해야 하는 날은 조금 우울했다. (웃음) 매일 분장만 4시간, 이어서 촬영을 12시간씩 하다보니 육체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었다. 초반에 내 눈을 가지고 있을 땐 자연스럽게 연기했지만 의안을 착용하고 나면 로봇처럼, 혹은 애니메이션 바토처럼 정확하고 절도 있게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는데, 분장을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차에도 부딪히고 스턴트 배우들과도 부딪히고 합이 안 맞아 실제로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엉망진창이었다. (웃음)

-메이저와 바토는 둘도 없는 파트너인데, 스칼렛 요한슨과의 호흡은 어땠나.

=바토는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여린 인물이다.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프로이자 개를 좋아하는 사랑스런 남자다. 루퍼트 감독과 함께 의견을 모은 건 메이저와 바토의 관계가 형제 또는 남매 같다는 점이었다. 바토는 그녀를 동생처럼 보호하고 사랑한다. 그런 점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루시>에 이어 스칼렛 요한슨과 두번이나 함께 작업할 수 있어 행운이다. 그녀는 재능과 의지로 뭉친 강력한 배우다. 3일간 찍어야 하는 액션 장면을 5시간 만에 소화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 누구라도 그녀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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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