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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편집자의 천재성이 조우하는 기적적 순간 <지니어스>

맥스 퍼킨스(콜린 퍼스)는 1929년 뉴욕의 유력 출판사 스크라이브너스의 편집자이며, 헤밍웨이(도미닉 웨스트)와 F. 스콧 피츠제럴드(가이 피어스)를 도운 실력자다. 그는 토마스 울프(주드 로)의 원고를 접하고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다. 맥스가 원고의 마지막 줄을 읽는 순간, 영화 <지니어스>의 타이틀이 오른다. 토마스의 작품은 <천사여, 고향을 보라>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그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성공에 힘입어 토마스는 두 번째 작품을 들고 맥스를 찾아오는데, 이 원고는 5천쪽에 달한다. 이들은 문학에 대한 서로의 신념을 나누며 방대한 양의 원고를 줄여나간다. 냉철하고 침착한 맥스와 야성적이고 열정적인 토마스는 서로의 세계를 탐색하는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한편 토마스의 연인인 엘린 번스타인 부인(니콜 키드먼)과 맥스의 아내인 루이스 퍼킨스(로라 리니)는 이들의 관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토마스의 차기작 <때와 흐름에 관하여> 역시 대성공을 거두며 그는 천재 작가의 반열에 오르지만 스콧, 젤다(바네사 커비) 부부와의 만남을 계기로 맥스와 토마스의 관계는 서서히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양극단에 있는 두 인물의 세계가 문학에 대한 열정을 매개로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 ‘지니어스’는 작가와 편집자의 천재성이 조우하는 기적적 순간에 대한 호명이다. 영화는 맥스와 토마스의 관계를 묘사하며 작가와 편집자, 유사부자, 친구, 연인 중 어느 하나에 정착하지 않고 이들 사이를 서성인다. 맥스와 토마스의 성격도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이러한 영화적 유동성은 클럽의 재즈 음악으로 변주되어 들려온다. 반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연극을 좋아하는 성향을 지님으로써 이들과 경계를 이룬다. 아쉽게도 맥스와 토마스의 관계에 대한 탐구는 결말에 이르러 갑작스레 끝나버리는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은 실화에 기반한 플롯의 영향으로 보인다. 영화는 맥스와 토마스가 두 번째 작품을 퇴고하는 장면에서 가장 많은 쾌감을 선사한다. 토마스가 쓴 아름다운 수사의 홍수 속에서 본질을 찾아내려는 맥스의 노력, 그리고 이들을 열연한 배우들의 호흡은 시종 흥미롭다. 마이클 그랜디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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