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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타] 그가 이끌어낸 답 - <특별시민> 곽도원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7-04-25

“선거는 말이야. 똥물에서 진주 꺼내는 거야.” 각종 스캔들과 비리, 음모와 배신의 늪에서 발버둥치면서도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전력 질주하는 변종구(최민식)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 심혁수는 <특별시민>에서 가장 정치적인 인물 중 하나다. 누구보다 프로답게 보여야 할 인물에 곽도원이라는 선택지는 최적의 답안이었다. <아수라>의 김차인 검사와 <변호인>의 차동영 경감이 그렇듯, 특정 직업군으로 등장하는 인물에 강한 설득력과 놀라운 현실감을 부여하는 건 배우 곽도원의 주특기이며 <특별시민>에서도 그런 그의 장점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편인가.

=전혀 없었다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을 접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에도 가장 먼저 한 일이 포털 사이트에 ‘정치’라는 단어를 검색하는 것이었다. 권력을 모아서 쓰는 게 정치라더라. 그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쓰고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읽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에게 보좌관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국회의원만큼 보좌관의 개성도 다양할 텐데, 심혁수를 어떤 느낌의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나.

=공교롭게도 <특별시민>의 시나리오를 읽을 당시 <변호인>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차기작인 <강철비>의 출연 제의가 오갔다. 미팅 때마다 양우석 감독님을 만나는데 그분의 모습에 심혁수가 겹쳐 보이더라.

-양우석 감독의 어떤 점이 심혁수와 닮았던가.

=감독님만의 독특한 웃음 코드가 있다. 웃어야 할지 아닌지 모르겠는 독특한 유머. 나는 그게 참 좋더라. 그리고 굉장히 차분하고 지적인데 밀리터리 덕후라서 전쟁, 무기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흥분을 하신다. (웃음) 심혁수도 평소 구두에 집착한다. 정치적 인간이지만 일상에서는 천진난만하면서도 뭔가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면에서 감독님의 평소 모습을 많이 참고했던 것 같다.

-하고많은 소품 중에서 구두를 아낀다는 설정은 처음부터 있었나.

=그렇다. 구두를 닦는 법부터 정리하는 법까지 다 배웠다. 그렇게 한달 정도 연습하고 현장에 와서 구두 닦는 동영상을 또 보는데, 어떤 분이 전문용품을 안 쓰고 스타킹을 사용하더라. 브러시 같은 전문용품을 쓰지 않는 편이 더 은밀해 보이고, 구두에 대한 심혁수의 취향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논의 끝에 소품팀에 동영상에 나오는 스타킹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심혁수는 검사 출신이다. 공장 노동자로 산전수전 다 겪은 변종구와 함께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민식이 형과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형이 부산에서 세관 직원으로 일하다가 검사인 나를 만나 화장실에서 짓밟히고(<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이야기에 좌중 폭소), 이 폭력 사건을 가슴에 묻은 채 국회에서 다시 만나 으 으 하게 된 게 아니냐고. 하하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특별시민>의 프리퀄이었던 건가. (웃음) 다시 만난 최민식과의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작품에 임할 때마다 가장 힘든 부분이, 글로 쓰여져 있는 인물을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할지에 대한 것이다. 사경을 헤맨다. 정말 어느 정도의 고통이냐면…. 이 직업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의 고통이다. 민식이 형은 내가 가지고 있는 고통을 이겨내고 지금까지 배우 일을 하시는 분이잖나. 그분의 뒷모습에서 가끔 삶을 살아낸 배우의 등 뒤가 딱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가슴속에서 ‘존경’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참, 요즘 민식이 형과 고 김영애 선생님을 생각하며 많은 것들을 느낀다. 단순히 연기를 한다는 것을 넘어선 그분들의 책임감의 깊이를 머리로는 알겠으나 아직 가슴으로는 충분히 느끼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럴수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곽도원이라는 사람은 어떤 답을 이끌어낼까? 나 자신에게 궁금한 점도 있고,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는 선배님들의 존재가 너무 고맙다.

-차기작은 <강철비>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다. 중국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브레인이지만 정이 많은 따뜻한 인물이다. 농담으로 이런 얘기를 한다. 이제 왕이랑 대통령 역만 남았다고. (좌중 웃음) 웬만한 전문가 역할은 다 해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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