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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남 탓하지 마시라

전영문의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 (1101호 ‘포커스’)를 반론함

이 글은 전영문 프로듀서가 쓴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 구성, 영화계의 미래를 위한 고민인가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인가”(<씨네21> 1101호 ‘포커스’)에 대한 반론이다. 해당 글에서 필자 전영문 프로듀서는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이하 전략센터)가 추진하고 하는 “한국 영화산업 상생협력을 위한 라운드 테이블(가칭)”(이하 라운드 테이블)이 “영화계 전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며, “극장 소유 대기업이 영화계(전략센터,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이름으로 영화정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영화계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갈 것”이기에 결국 “그 이익은 대기업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것”이므로 “소수의 이익을 위한 행위”라 주장하고 있다.

솔직히 반론은 별것 없다. 민간에서 단체간 협의 모임을 추진하는데 누구 허락받고 만들어야 하나? 영화계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업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인정하는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만 하나? 단체가 자신의 총회에서 정리된 사업을 추진하는데, 단체 외부 어디까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나? 그냥 자신의 입장에 반한다고 말하시라.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시라. 다만 하지 말라는 월권적 태도는 버리시라. 사실관계는 확인하시라. 이익 때문 아니냐는 음해성 비난은 하지 마시라. 너는 누구의 대리인 아니냐며 숙주/기생충으로 모욕하지 마시라. 어느 영화인은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산업의 ‘공론화’에 대한 적절한 문제제기”라며 전영문의 글을 추천했던데, 이런 유의 글이 공론화의 좋은 사례라면 수준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이은 제협 대표가 나서서 문자와 전화로 선공론화, 후사업추진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혹시 공론화를 합의로 착각한 것 아닌가.

영화를 포함한 공공 차원의 산업정책은 크게 구조/행태 수준의 문제로 나뉜다. 영화산업정책으로 보면 안철수, 도종환 의원이 발의한 소위 반독과점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개정안은 구조적 수준의 규제 법안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동반성장협약이나 노사정협의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과징금제도는 행태적 규제라 할 것이다. 어느 것이 낫다거나 혹은 어느 것이 효과적인 것이라는 주장은 구체적인 수준에서만 판단될 수 있다. 그걸 얘기하면 될 일이다.

필자는 “대기업 불공정거래 관행 시정명령조치 취소 판결에 반론이 필요한 이유”(<씨네21> 1101호 ‘한국영화 블랙박스’)에서 최근의 구체적인 쟁점을 소개했다. 먼저 2014년도 계열사 밀어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CJ와 롯데가 받은 시정명령조치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패소당해 취소되었다는 사실. 유일한 해결책이라던 배급-상영 분리의 산업적 근거가 법원으로부터 부정당한 것이다. 또한 국회 교육문화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이 영비법 개정안을 검토한 결과 헌법상의 재산권, 직업의 선택 자유 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위배, 현행 법률상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태규제의 대안이 있음을 들어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 일단 사법부와 입법부의 공식적인 의견들이 이러할진대 ‘반독과점 영비법’ 개정안 추진에 염려를 끼친다는 이유로 ‘분열’을 운운하며 대기업에 이로울 것이니 하지 말라는 주장은 문제제기의 방향이 틀렸다 할 것이다. 구조규제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답변이나 근거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제협 등 추진 주체들의 문제가 맞다. 남 탓하지 마시라.

동반성장협약을 기반으로 하는 제도화 전략이 지난 2012년 이후 영화산업이 취해온 주요한 해결방안이다. 여전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약서를 쓰라’는 치욕적인 시정명령을 받았던 시절에 비하면, 장관 고시된 표준계약서(근로, 상영, 투자, 작가)를 지키자고 주장 할 만한 상황이 되었다. 민간협약의 제도화라는 산업 전략을 부정할 근거가 무엇인가? 심지어 반독과점 법안이 추진된다 해도 병행하면 될 일이다. 영화계는 이미 분열했다. 단적으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장하는 연출표준계약서는 여전히 합의되지 않았으며,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있는 사실은 사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분열을 우려하면서 공론화로 위장된 합의를 주장하는 건 그런 의미에서 비현실적이다. 강하게 말하자면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