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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큼..딱 요만큼" <컴, 투게더>

‘18’ 인생이다. 아버지 범구(임형국)는 18년간 몸담은 회사에서 해고당한다. 고려대학교 18번 예비합격자인 재수생 딸 한나(채빈)는 합격조회 페이지 접속을 되풀이하지만 불합격이란 글자는 바뀌지 않는다. 카드영업사원인 어머니 미영(이혜은)의 상황도 나을 건 없다. 판매실적 달성을 위해 매번 연회비 대납 등 편법으로 고객 수를 근근이 채우는데, 회사는 창립 8주년 기념으로 실적 1위 사원에게 가족 여행 상품권을 보너스로 주겠다며 경쟁을 부추긴다. 현재 실적 2위인 미영은 고객 한 사람이 절실한 상황에서 자신이 유치한 고객을 실적 1위인 은정에게 뺏긴다. 주부가 된 범구는 낮잠을 자다가 천장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에 잠에서 깬다. 참다못해 윗집을 방문했다가 비슷한 연배의 주인 남자를 만난다. 한나는 친구로부터 같은 과에 지원한 예비 8번 후배 소식을 전해 듣는다. 이후 그들은 한 가족임에도 서로의 문제를 각자 해결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가족 이야기인 동시에 가족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에서 시작해 가족으로 극을 닫지만, 가족 문제를 사회문제의 근원으로 보는 여타의 작품과 달리 개별자로서 각자의 사정에 집중한다. 영화는 가까운 사람을 죽이고 싶어지는 순간을 스케치한다. 그것은 아랫집을 배려하지 않는 윗집 사람이거나, 나보다 한발 앞선 어떤 사람일 수도 있다. ‘저 사람만 없었으면’ 하는 증오와 질투를 참기 힘든 경쟁 사회에서 그 은밀한 소망이 예기치 않게 실현되는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의 파고에 주목한다. 흔한 ‘헬조선’ 조망 영화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상의 작은 표현과 선택들을 진득하게 바라보는 감독 특유의 시선이 영화의 개성을 만든다.

장편 데뷔작 <방문자>(2005) 이후 칸국제영화제에서 신인감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작이기도 했던 <나의 친구 그의 아내>(2008),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뤘던 <반두비>(2009)를 만들며 주목받았던 그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옴니버스 프로젝트 <시선 너머>(2010)에 참여한 뒤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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