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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제목에선 상상할 수 없는 ‘병맛’ 코드로 가득한 영화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김수빈 2017-05-10

‘비키니를 입고 롤러스케이트를 신은 채 배추를 애완동물처럼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 쓰잉(송운화)네 대학교엔 기괴한 소문이 돈다.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쓰잉은 소문의 주인공 아토우(브루스)를 만난다. 정의감 투철한 쓰잉은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아토우의 편을 들어준다. 그날 이후 아토우는 쓰잉이 가는 곳마다 고개를 내민다. 정작 쓰잉의 마음은 다른 곳을 향해있다. 차도에서 쓰잉을 구해준 남자다. 그에게 첫눈에 반한 쓰잉은 남자를 미행하고, 남자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낭만적인 제목에선 상상할 수 없는 ‘병맛’ 코드로 가득한 영화다. 유치하고 과장된 설정은 대만 청춘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이 영화는 그 극한을 해맑게 지향한다. 이야기의 구심점이 되는 공간은 카페다. 카페 아르바이트생과 그의 친구, 카페 사장, 바리스타, 단골 손님 등의 사연이 이어진다. 주인공이 소설을 쓰기 위해 늘 글감을 구한다는 설정에 따라 각각의 사연은 마치 영화 속 영화처럼 재연되거나 플래시백으로 재현된다. 사연간에 통일성이 없어 영화는 시종일관 산만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전개를 따라가면 후반부에 이르러 모든 이야기들이 꿰어지는 광경을 목도할 수 있다. 결말까지 특유의 엽기 코드를 놓지 않는데 놀랍게도 그 속에서 꽤 진한 감동까지 성취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구파도의 소설이 원작이다. 비슷한 듯 다른 면모를 계속 드러내는 대만 청춘영화. 그 매력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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