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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인간의 music] 몽롱하고 아름다운 - 지머, <Lost Your Mind>(Feat. Fhin)

기타는 천의 얼굴을 가진 악기다. 연주에 따라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펙터를 통해 변형도 가능하고 브랜드마다 고유의 음색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록이 그토록 오래 사랑받은 이유는 기타가 가진 다양한 사운드 잠재력 덕분일 것이다.

지머의 <Lost Your Mind>는 기타의 여러 매력 가운데서도 유독 몽롱한 음색이 돋보이는 곡이다. 록에서 자주 쓰는 공격적인 이펙터를 배제하고 깔끔한 톤에 리버브(목욕탕 울림 현상)를 세게 걸어 뿌옇고 아름다운 울림을 만들어냈다. 후렴에 등장하는 솔로 연주를 듣고 있으면 심호흡처럼 이완의 기분이 든다. 보컬 및 다른 악기들도 기타 연주와 닮아 느릿하고 몽환적인 연주를 들려준다. 기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음악, 오랜만이다.

지머는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음악을 잘 만들어 ‘슬로 하우스’, ‘지평선의 디스코’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기도 한다. 페스티벌의 서브 스테이지에서, 드라이브 중에, 집에서 즐기기 좋은 음악이다. 내한했을 때 이태원의 ‘케익샵’에 꽤 많은 팬들이 몰리기도 했다. 일렉트로닉 댄스는 비트 위주의 음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지머는 그루브 못지않게 멜로디가 뛰어나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히트 발라드 작곡가가 되지 않았을까. 특히 감성적 호소력이 강한 선율을 잘 만들어 발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이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Lost Your Mind> 후렴구에 등장하는 기타 솔로는 그중에서도 손꼽을 만하다. 오열하지 않는 멍한 슬픔을 절제된 기타 음색으로 근사하게 표현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