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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히어로의 단독 주연작 <원더우먼>
김현수 2017-06-07

슈퍼히어로영화 사상 처음으로 여성감독이 연출을 맡은 여성 히어로의 단독 주연작. 패티 젠킨스 감독의 <원더우먼>은 히어로영화가 전세계 영화시장을 휩쓸기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이제야 뒤늦게 등장한 영화다. 게다가 디즈니와 마블 스튜디오의 시장 독주에 밀려 존재감을 잃어가던 워너브러더스와 DC 코믹스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영화이기도 했다. 실패하면 <저스티스 리그>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마저 꺾일 위기였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코믹스의 전통 강자인 스튜디오의 자존심을 지켜냄과 동시에 지금껏 익히 봐왔던 수많은 남성 히어로의 존재감마저 압도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신과 인간의 경계에 놓인 종족이자 수천년간 존재를 숨긴 채 지구를 수호하던 아마조네스의 나라 ‘데미스키라’의 공주 다이애나(갤 가돗)는 어느 날 하늘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한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스파이 활동을 벌이다가 격추된 채 추락한 미국인 조종사 스티브(크리스 파인)가 하필 데미스키라 해변에 불시착한 것. 태어나 처음으로 남성을 보게 된 다이애나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데미스키라의 일원들은 그가 파멸을 가져올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다이애나는 엄마이자 여왕인 히폴리타(코니 닐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치군의 추격을 따돌리면서 그들의 생화학무기 공격을 비밀리에 막아야 하는 스티브를 따라나선다. 다이애나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인간의 선한 마음과 아름다운 지구를 수호하겠다는 뜻을 품고 문명사회에 발을 들이지만, 추악한 전쟁의 참상과 타락한 인간성을 목도하면서 충격에 휩싸인다. 영화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몰랐던 순수하고 신적인 존재 원더우먼이 세상의 진실을 서서히 알아가는 성장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칼과 방패, 채찍 등 중세 기사의 액션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원더우먼 고유의 무기를 다루는 액션 장면은 기존 DC영화들의 톤 앤드 매너를 유지하면서도 독창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 전쟁영화의 교과서적인 플롯에 히어로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로맨스까지 담아내는 동안에도 이야기는 길을 헤매지 않는다. DC의 <원더우먼>은 거친 액션의 쾌감과 섬세한 멜로의 감동을 모두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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