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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10대들의 진짜 표정
이화정 2017-07-12

미국 중서부를 횡단하며 잡지 정기구독권을 파는 10대들.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방문판매한다는 건 애초에 강매나 사기의 의도가 다분하다. 마치 피라미드 조직처럼 아이들은 그 상술에 이용되지만, 그럼에도 일탈과 자유, 방랑의 시간이 허용된다는 이유로 기꺼이 판매팀의 승합차에 올라탄다. 아이들의 실생활은 집을 뛰쳐나와 새롭게 크루에 합류한 18살 소녀 스타(사샤 레인)의 눈을 통해 면밀하게 관찰된다. 연애와 섹스, 패션까지 모든 게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이곳 역시 엄격한 규율로 유사어른 크리스탈(라일리 코프)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어른들의 관점에서 보면 엇나간 아이들의 시간에 함께하기로 한다. 실제 1년간 잡지를 방문판매하는 크루들을 따라다니며 각본을 썼고, 그 길에서 만난 아이들로 캐스팅 라인도 꾸렸다. 제이크 역의 샤이아 러버프의 상대역이자 주연배우인 사샤 레인 역시 길거리 캐스팅으로 발굴한, 연기 경험이 전무한 연기자다. 촬영도 최소한의 스탭들이 배우들에 밀착해 이루어졌다. 이 영화가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감흥을 주는 이유다. 승합차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힙합, 컨트리 곡들이 이 ‘리얼리티’에 생생함을 더한다.

길 위에서 만난 스타는 ‘비행 청소년’의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누군가를 속여서 돈을 벌기를 꺼리는 자존감을 지닌 소녀다. 또 팀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제이크와의 열병에 가까운 사랑으로, 이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진짜 ‘꿈’도 키워간다. 로드무비에 으레 쓰이는 와이드스크린이 아니라 4 : 3의 화면에 속 깊게 펼쳐놓은 10대들의 진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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