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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송중기 - 더 넓게, 더 행복하게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17-07-18

송중기에게는 미남 배우에게 쉽게 마음을 주지 않으려는 사람들까지 돌려놓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예상을 배반하는 의외성에서 오곤 했다. 외모가 빼어난 배우는 상대적으로 연기력이 아쉬울 것이라는 편견을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와 영화 <늑대소년>(2012)의 호연으로 깼을 때도, 한류 스타가 된 이후 일제강점기 역사를 그린 <군함도>를 선택했을 때도 그랬다. 시나리오에서 30여신이 흘러간 후에야 등장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로 마음먹자 주변의 영화 관계자들은 “너 이거 왜 하냐?”고 묻기도 했단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군함도>의 송중기는, 우리에게 기분 좋은 배신을 안겨줄 것이다.

-<군함도>의 박무영은 윤학철(이경영)을 구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하는 군인이다. 각 잡힌 군인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배경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박무영에게는 군함도에 들어오게 된 과정만 있지, 유일하게 사연이 없다. 주어진 역할만 잘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고 같은 조선인인지라 감정의 변화가 생긴다. 한번은 슛 돌아갈 때 눈에 눈물이 고인 적이 있는데, 감독님이 그러지 말자고 하더라. 다른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울고 웃고 화내고 할 수는 있어도 박무영만큼은 감정을 드러내지 말자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낀 <군함도>의 박무영은 속시원한 모습으로 ‘카타르시스’를 담당하는 캐릭터였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줄 때도 감정적으로 뜨거워지지 않은 이유는 무언지.

=박무영이 주는 통쾌함은 누군가를 죽여 복수를 하는 데서 오지 않는다. 감독님은 그 당시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국적과 상관없이 모두 피해자이기 때문에 보다 보편적인 느낌으로, 인류 평화나 반전의 메시지 같은 것을 보여주자고 하셨다. 감정을 자제해서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하게끔 말이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또 군인 역할을 맡았다.

=오히려 한번도 신경 쓴 적 없다. 그냥 작품의 한 구성원으로서 할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만 판단했던 것 같다. <군함도>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군인역을 연달아서 하니까 너무 편하다. 머리도 짧고 예쁘게 치장할 필요도 없고. 특히 군복이 얼마나 편한데. (웃음)

-<군함도> 현장은 어땠나. 메이킹 영상만 봐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우리 현장이 굉장히 힘들었다고 소문이 많이 났더라. 날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고. 작품이 주는 느낌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은데, 우리 막 그렇게 죽을 것같이 찍지는 않았다. (웃음) 이른바 ‘떼샷’이라고 많은 인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동선을 맞추는 게 좀 힘들었던 거지. 그리고 감독님 말대로 황정민 선배가 없었으면 이 영화 촬영은 불가능했다. 그 많은 사람들의 동선을 다 잡아주시는데, 선배님이 통제를 하면 딱 맞는다. 사실상 조감독 역할을 하셨다.

-<군함도>를 찍고 스스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무엇인 것 같나.

=지난해 대한민국에 큰일이 있었고, 그 시기에 이 영화를 찍게 됐다. 예전에는 인터넷 뉴스를 볼 때 연예 면을 많이 봤는데, 지금은 사회·정치 분야도 보게 되고. 요즘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썰전>이다. (웃음) 더듬이가 많아졌다고 해야 하나. 이경영 선배님이 위안부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며칠 뒤 광고 촬영이 있는 날 아침, 예정보다 눈이 일찍 떠졌는데 그 말이 문득 생각나서 대사관 앞까지 운전해서 간 적이 있다. 대학생들이 불침번을 서면서 텐트 치고 자고 있더라. 마실 거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차에서 내리기가 무서웠다. 연예인이라 부끄럽기도 하고. 평소 같았다면 그런 데 가보지도 않았을 텐데, <군함도>를 찍은 후 시야가 좀더 넓어진 것 같다. 아, 이런 얘기 재미없나. (웃음)

-금방 주연급으로 올라섰고, 드라마와 영화를 모두 성공시켰고, 연기력도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지 않나. 그래서 더 궁금하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배우의 고민은 어떤 종류의 것일지.

=상업 배우니까, 수치상으로 보면 올라갔다고 할 수 있겠다. 당연히 신인 때보다 출연료도 많이 올라갔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다 올라가버리면 내려오는 길밖에 없지 않나. 그런 게 솔직히 무섭다. 꼭 배우가 아니더라도 그렇지 않나. 그래서 더 위로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는 편이다. 더 올라가려면 결혼 발표 같은 건 하면 안 되지. (웃음) 내가 더 돋보이는 작품을 해야지 <군함도>처럼 원톱 주연도 아닌 영화를 해서도 안 되고.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인간 송중기로서 어떻게 하면 좀더 넓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는 편이다.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발전적인 고민인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나. 차기작 계획도 궁금하다.

=한번도 안 해본 스릴러 장르. 그리고 다른 기교 없이 굉장히 감정에만 치우친 작품. 평소 이창동 감독님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한다. 내가 그런 대가들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이에도, 더 나이를 먹은 후에도 감히 해보고 싶다. 차기작은…. 솔직히 말하면 전혀 없다. 너무나도 치열하게 다음 작품을 찾고 있고, 스스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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