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마감인간의 music
[마감인간의 music] 로린 힐 《MTV Unplugged No. 2.0》(2002), 언제까지나

한남동 바이닐 앤 플라스틱(VINYL & PLASTIC)에 갔다. 마른장마일 거라던 일기예보가 무색하게 꾸준한 비를 지켜보자니, 차분한 연주곡을 좀 찾고 싶었다. 블루 노트 편집 음반과 음악 축제 단골 헤드라이너들 사이를 서성이다 마지막으로 눈길이 간 곳은 오래된 소니 워크맨과 함께 놓인 카세트테이프 코너였다. LP를 넘어선 카세트테이프는 이제 ‘유행의 첨단’이 되었다. 숱하게 버린 그 테이프들이, 2017년에 말이다.

오래된 힙합 명반에 홀로그램 표지로 새 단장한 수입 카세트테이프를 보니, 본격적으로 음악에 빠졌던 90년대 후반 음악이 줄줄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는 기타 줄 퉁기는 소리가 생생한 언플러그드 음반이다. 로린 힐. 흑인 디바와 슈퍼스타들이 주류가 된 지금, 누구보다 앞서 90년대를 대표하는 명반을 낸 여성 보컬리스트이자 음악가. 후지스로 시작한 정점을 너무 빨리 찍고 내려왔다는, 어찌 보면 씁쓸한 평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전곡을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MTV Unplugged No. 2.0》 음반을 오랜만에 들었다. 1998년 그래미상 올해의 음반에 빛나는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의 흥겨움과는 감상의 감각이 다르다. 공연 중간 그는 허스키한 음성으로 관객에게 농을 던지다가 다시 솔직한 목소리로 곡을 부른다. <Adam Lives in Theory>와 <I Remember>를 처음 듣곤 전율했었다. 시간이 흘러도 빛나는 음악에는 유통기한이 없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깨닫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