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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의 영화인들③] <7호실> 이용승 감독 - 을과 을, 약자들의 사투
김성훈 사진 백종헌 2017-07-31

얼굴이 핼쑥해 살이 쏙 빠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살이 찐 상태란다. 촬영할 때부터 지금까지 몸무게가 계속 불고 있단다. 부천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용승 감독은 빡빡한 후반작업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쳐 보였다. 전작 <10분>(2013)에서 공기업의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세대의 고용 불안을 사실감 있게 그려낸 그가 40대 자영업자 두식(신하균)과 20대 청년 태정(도경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용승 감독의 신작 <7호실>은 두식과 태정 두 남자가 각자의 비밀을 숨긴 DVD방 7호실을 두고 아등바등 어떤 사투를 벌이는 스릴러다.

-전작(<10분>)의 회사원에서 자영업자로 시선을 돌린 계기가 무엇인가

=회사원들이 회사를 때려치우거나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면 자영업을 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했다. 장사나 사업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그들이 자영업을 선택하는 점이 아이러니했다.

-이야기의 또 한축은 20대 청년세대인데.

=제작사 명필름과 함께 트리트먼트, 시나리오를 개발했는데, 두식을 중심으로 풀어가다 태정의 비중이 점점 커졌다. 두식과 태정은 30대인 내가 바라본 40대 자영업자와 20대 청년세대의 모습이다.

-두식이 운영하는 DVD방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상권에 있는 설정인데, 그곳을 배경으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한때 휘황찬란했던 그곳이 지금은 밤에도 휑하다. 서울에서 가장 땅값 비싼 곳에서 소시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로데오상인연합회 같은 단체에서 상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낸 글을 포함해 부동산시장 관련 기사나 자료를 많이 찾아 읽었다.

-신하균의 어떤 면모가 두식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두식은 고립된 환경에서 외롭게 자란 사람이 아니라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란 사람이라 생각했다. 40대에 소년같은 면모가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신하균씨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나.

-태정을 연기한 도경수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담배를 피우고 타투를 하는 등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도)경수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작업했다. ‘어떤 상황에서 태정은 이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라거나 ‘태정이라면 다른 행동을 했을 것 같다’ 하는 등 그가 분석한 아이디어를 들으면서 무척 놀랐다.

-조선족 출신인 한욱(김동영)이 정감 있는 남자로 그려져 마음에 들었다. 그간 한국영화가 조선족 출신을 폭력적 이미지에 국한해 그려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신선해 보이는데.

=맞다. 한국영화가 그려온 중국 동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다. 한국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고. 그걸 깨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욱을 복덩이로 그려내고 싶었다.

-두식과 태정을 포함해 그들 주변 인물까지 모두 ‘을’이다. 을끼리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들 모두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약자의 삶에 관심이 많다.

-<7호실>은 처음으로 연출한 상업영화다. 블랙코미디를 가미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전작과 다른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보다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 이런 장르영화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전형적인 스릴러영화와는 또 달라 수위를 조절해야 했다. 개봉을 앞두고 관객이 어떻게 봐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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