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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관해 알아야 할 다섯 가지 것들
장영엽 2017-08-02

지성, 공감, 본능 사이 전쟁이 시작되었다

“시저와 그 동료들처럼, <혹성탈출> 프랜차이즈는 더 지적으로, 더 인간적으로 진화해왔다.”(<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찰턴 헤스턴의 팬들에게 사과를 보낸다.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동시대 영화가 때때로 과거의 작품을 능가하기도 한다는 좋은 사례다.”(<뉴욕 포스트>) 지난 7월 중순 북미 개봉한 <혹성탈출: 종의 전쟁>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인터넷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93%의 신선도를 기록한 이 영화는 스펙터클과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두루 충족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8월 15일 <혹성탈출: 종의 전쟁>의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에 대해 알고 싶은 다섯 가지를 예습 차원에서 정리해보았다. 영화를 보기 전 유인원 시저의 모션 캡처 연기를 맡은 앤디 서키스와의 전화 인터뷰도 성사되었다. 런던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온 그는 스포일러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매 질문에 사려 깊은 답변을 보냈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나?

모든 속편 영화의 숙명. 복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혹성탈출> 시리즈의 3편인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하 <종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유인원의 갈등은 서서히 깊어져 결국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종’의 명운을 건 거대한 전쟁만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거 이들이 어떤 갈등을 겪어왔는지 짚어보는 건 중요해 보인다. 이십세기폭스가 리부트한 <혹성탈출> 프랜차이즈의 1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은 제목 그대로 진화한 유인원이 인간으로부터 해방되는 과정을 조명했다. 과학자 윌(제임스 프랭코)은 인간의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치료제 ‘큐어’를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임상시험에 투입된 유인원들이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을 가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윌이 데려온 어린 침팬지 시저(앤디 서키스)의 진화는 놀랍다. 시저는 유인원에 대한 인간의 불합리한 처사에 반기를 들고, 유인원을 인간으로부터 해방시켜 그들의 리더로 거듭난다. 시리즈의 2편인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2014)은 인간과 유인원이 본격적으로 갈등을 겪는 상황을 다룬다. 전편으로부터 10년 뒤, 인간이 생명 유지를 위해 개발한 백신이 변이를 일으켜 인류의 대다수가 사망하고 유인원은 진화한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유인원에 맞서 반격을 준비하고, 시저가 이끄는 유인원 무리도 인간과의 공존 문제를 두고 분열하기 시작한다. 시저는 인간을 멸종시켜야 한다고 믿는 유인원 코바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지만, 그 끝에서 시저가 깨닫는 건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뼈아픈 진실이다.

시저의 여정은 어디로 향하게 될 것인가?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2편의 전언은 3편에서 현실로 구현될 예정이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영화적 시간대로부터 2년 뒤, 인간과 유인원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시저는 인간과의 전쟁이 불가피하지만 공존은 가능하다고 믿으며 숲에 은신 중이다. 그런데 대령(우디 해럴슨)이 이끄는 인간 특수부대가 시저의 은신처를 습격해 가족과 동료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인간에 대한 복수와 증오의 감정에 사로잡힌 시저는 더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다. 2편에 이어 <종의 전쟁>의 연출을 맡은 맷 리브스는 이번 영화에서 시저의 여정이 내면적인 의미로 보다 확장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영화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전쟁은 시저의 영혼을 위한 내적인 싸움이기도 하다. 그는 (가족을 잃은 뒤) 전편에서 인간들을 공격했던 코바의 내면에 존재했던 어둠을 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평화와 소통의 가능성을 믿었던 유인원 리더, 시저의 변화를 알리는 <종의 전쟁>은 작품의 외적인 스케일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내면적 깊이를 확장한다는 점에서 그 면모가 궁금한 작품이다. “시저의 내면적 딜레마를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싸움을 돌아볼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성과 공감, 본능 사이의 전쟁, 그것들이 어떻게 인간성을 만드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맷 리브스)

대령 역의 우디 해럴슨.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1편의 제임스 프랭코, 2편의 게리 올드먼에 이어 3편에서 핵심적인 인간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는 우디 해럴슨이다.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가 처한 상황이 최악에 이른 만큼 해럴슨이 연기하는 대령의 모습은 전편의 어떤 인간 캐릭터와 비교해보아도 냉혹하고 빈틈없다. 감독 맷 리브스에 따르면 대령은 “<지옥의 묵시록>(1979)의 커츠 대령” 같은 캐릭터다. 영화를 미리 관람한 영미권 언론은 독재자다운 그의 모습과 유인원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인간의 요새에 거대한 장벽을 세우려는 대령의 행동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지만, 영화의 제작진은 “우리가 시나리오를 쓸 당시 트럼프는 당선되지도 않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시리즈의 또 다른 뉴페이스는 ‘노바’(아미아 밀러)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다. 시저가 대령을 응징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이 소녀는 말을 하지 못하는데, 노바가 품고 있는 존재의 비밀은 어쩌면 “인간뿐만 아니라 유인원의 미래에 대한 거대한 밑그림의 실마리”(맷 리브스)가 될 수도 있다고. 새로운 유인원 캐릭터도 등장한다. 시저 일행이 역시 여정 중에 만나는 은둔형 유인원 ‘배드 에이프’(스티브 잔)다. 동물원에서 살 당시 인간에게 들은 말이 ‘나쁜 원숭이’였기에 스스로를 ‘배드 에이프’라 부르는 이 유인원은 “이전 시리즈에 없었던 방식의 유머”(맷 리브스)를 <종의 전쟁>에 덧붙일 예정이다.

시리즈의 미스터리한 뉴페이스 소녀, 노바(아미아 밀러).

어떤 볼거리를 선보일 예정인가?

인간이 아닌 디지털 캐릭터에도 감정적으로 깊이 공명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해준 <혹성탈출> 프랜차이즈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기술적인 성취를 이뤄왔다. 특히 이 시리즈가 이룬 성취를 이야기할 때 세트장을 벗어나 외부의 다양한 풍경 속에서 모션 캡처 연기를 시도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영화 역시 동굴부터 해변, 설원까지 시저가 당도하는 다채로운 풍경 속에 놓인 유인원의 모습을 담아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전 두편의 영화와 더불어 <종의 전쟁>의 시각효과를 맡은 웨타 디지털의 제작진은 숲과 설원에서 벌어지는 유인원과 인간의 전쟁을 표현하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자연의 성장 패턴을 모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숲의 모양과 색깔을 바꾸는 ‘숲 성장 소프트웨어 토타라’, 100만 가닥에 이르는 시저의 머리털을 표현하기 위한 정교한 털 표현 기술, 마치 실제로 유인원을 촬영하는 것처럼 빛에 대한 카메라의 반응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마누카피스라이트’ 도구세트 등을 활용한 <종의 전쟁>은 인간과 유인원의 여정과 전쟁을 보다 현실감 있고 스펙터클하게 담아낼 전망이다.

그 밖에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영화는 로드무비이기도 하고 전쟁영화이기도 하고 웨스턴영화이기도 하고 대서사적 어드벤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우리가 사랑하는 리더의 정서에 대한 탐색이 자리한다.” 제작자 딜런 클라크는 <종의 전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본편을 보기 전까지 이 말을 무조건 믿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클라크의 이 말은 <종의 전쟁>에 대한 밑그림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영화는 시저와 유인원 일행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긴 작품이 될 것이며, 단지 대의만이 아니라 사적인 갈등으로 고뇌하는 시저의 모습을 보여주며 고도의 지능을 가진 유인원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될 거라는 점. 달리 해석하면 <종의 전쟁>은 인류와 유인원의 명운을 건 전쟁을 통해 ‘인간의 조건’을 역설하는 블록버스터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영화는 인류에 당도한 가장 어두운 시대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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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