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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로 가는 길>, “걱정 말아요. 파리는 어디 안 가요.”
김보연 2017-08-02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칸의 어느 호텔, 영화 제작자 마이클(알렉 볼드윈)을 남편으로 둔 앤(다이앤 레인)은 지금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남편은 너무 바빠서 계속 휴대폰만 붙잡고 있고, 앤은 남편을 따라 부다페스트로 이동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귀까지 아프다. 결국 앤은 파리로 먼저 이동하기로 하고, 여기에 마이클의 동료 자크(아르노 비야르)도 합류하기로 한다. 그런데 매사에 여유가 넘치는 자크는 7시간이면 끝날 일정을 프랑스 관광과 ‘맛집’ 탐방으로 하염없이 길어지게 한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던 앤은 시간이 흐르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과연 파리로 가는 길에 어떤 일들이 더 벌어질까?

<파리로 가는 길>은 우리에게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배우자로 더 익숙한 엘레노어 코폴라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연출작이다. 80살에 첫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열정도 놀랍지만, <파리로 가는 길>의 경쾌하고 유연한 리듬은 더욱 인상적이다. 특히 ‘칸에서 파리로 이동한다’라는 단순한 줄거리에 프랑스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세잔의 그림이나 앤이 찍은 사진을 빼곡히 채워넣으며 관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솜씨는 주목할 만하다. 비록 분위기 좋은 고급 식당에서 매력적인 이성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에피소드들이 현실의 문제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중산층의 노골적인 판타지로 느껴져 민망할 때도 있지만, 바쁜 삶 속에서 잊어버린 낭만을 찾자는 ‘신인감독’의 조언은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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