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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맥베스> 윌리엄 올드로이드 감독 - 그녀가 비호감이라고? 그런들 어떤가
이주현 2017-08-03

<레이디 맥베스>의 원작은 19세기 러시아 소설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이다. 소설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으로 만들어져 유명해졌다. 영국의 신예 감독 윌리엄 올드로이드는 데뷔작 <레이디 맥베스>를 통해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 캐서린을 스크린으로 멋지게 불러냈다. <레이디 맥베스>는 부유한 집안에 팔려가다시피 시집가 자유를 박탈당한 캐서린이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을 은폐하는 이야기다. 결말에 관해 올드로이드 감독은 “캐서린이 승리하기를 원했다”고 했는데, 한 여성의 비극적 승리담은 묘한 쾌감과 씁쓸한 여운을 동시에 남긴다. 올드로이드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전한다.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을 영화화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카테리나에게 끌렸다. 19세기 문학에서 여주인공은 대개 수동적인 데 반해 니콜라이 레스코프의 소설 속 카테리나는 가부장제에 항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 사실이 매우 흥미롭고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또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저택 내 밀실 공간과 야생의 거친 풍경을 대조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그 무대가 스크린으로 옮겨진다면 어떨지 스스로도 궁금했었다.

-캐서린은 악녀나 팜므파탈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한 복잡한 캐릭터인데, 그녀를 어떤 여성으로 그리고 싶었나.

=캐서린을 호소력 짙은 인물로 만들어주는 것이 그녀의 복잡함이다. 나는 캐서린이 결단력 있고 자유분방하며 저돌적이고 무모한 점이 좋았다. 틀에 박힌 팜므파탈이 아니라 그저 자유롭기를 바라는 소녀일 뿐이다. 어떤 관객은 그녀를 비호감이라고도 하던데, 그러면 어떤가? 그동안 많은 비호감 남자주인공이 있지 않았나? 우리는 캐서린을 더 복잡하고 기존 여성 캐릭터의 정반대되는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비록 그녀의 행동에 반대하더라도 그녀를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쇠락해가는 한 가문의 집안 풍경을 스산하게 묘사한다. 그 공간 속 인물을 보는 건 생기 없는 정물화를 보는 것 같았다. 더불어 대칭적인 구도도 자주 보인다.

=19세기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작품을 보면서 작업을 시작했다. 그의 그림에는 춥고 밀폐된 방에서 뒷모습을 보이고 서 있는 검은 옷의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레이디 맥베스>의 각본가인 앨리스 버치가 쓴 시나리오를 읽을 때 함메르쇼이의 회화 분위기와 흡사하다고 느꼈다. 프레임 속의 대칭구조는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물처럼 캐서린을 먼 거리에 배치하려 했다. 나는 격식을 갖춘 정적 구성을 좋아한다.

-데뷔작으로 시대극을 택했다. 시대극 연출의 재미 혹은 어려움이 있다면.

=저예산으로 시대극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다수의 사람들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시대극에서 군중 신, 화려한 의상 등을 표현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 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자유롭게 창작의 날개를 펴게 해주었다. 촬영기간인 24일 동안 한 장소에서 최소 인원의 스탭, 소수의 배우들과 촬영을 진행했다. 배우당 의상도 2∼3벌밖에 없었다. 그런 조건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창의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었다.

-참고한 시대극이나 작품이 있나.

=파트리스 셰로의 <여왕 마고>(1994)는 예전부터 너무나 좋아했고, 미카엘 하네케의 <하얀 리본>(2009)도 도움이 됐다.

-데뷔작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나.

=어떤 작품을 만들든 도발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관객이 이야기 속에 들어와 주인공의 갈등을 함께 겪게 만드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곤란한 상황에 처한 복잡한 인물들이 나오는 촘촘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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