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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번복한 미야자키 하야오와 할리우드의 장인들
김현수 2017-08-21

돌아온 감독의 비애

2013년 은퇴를 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마지막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에 돌입했다. 지브리 스튜디오는 이번 복귀 선언을 통해 그의 12번째 장편영화 제작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스튜디오는 <추억의 마니>를 끝으로 해체시켰던 제작부 스탭 재모집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제작 준비에 착수했다. 총괄 지휘는 미야자키 감독이 맡는다. 지금껏 다섯번의 은퇴 번복을 선언했던 미야자키 감독의 2013년 은퇴 선언은 어디까지나 장편에 해당했던 것으로, 최근 그는 처음으로 CG를 도입해 단편애니메이션 <털벌레 보로> 제작에 매진 중이었다. 미야자키 감독의 지난 은퇴 번복은 창작력의 한계에 부딪친 예술가로서의 선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는 안정적인 스튜디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구책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의 은퇴 이후 스튜디오는 제작부를 해체하고 저작권 사업만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이번 복귀가 제대로 된 후계 제작 시스템의 구축 비전을 찾은 결과이든, 예술가로서의 마지막 완성을 위한 단발성 프로젝트이든 미야자키 감독은 더이상의 번복이 불가능한 진짜 은퇴작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유명 감독의 은퇴 발표는 애니메이션 업계의 특수성을 띤 미야자키 감독의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도 10편의 장편영화만 연출하겠다며 미리 은퇴를 예고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비롯해 스티븐 소더버그, 케빈 스미스, 데이비드 린치, 켄 로치 감독 같은 인사들이 은퇴 의사를 한번 이상 밝힌 적 있다. 때로 창작력의 한계에 부딪힌 감독들은 은퇴 선언을 통해 공식적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얻기 마련이다. 이 경우의 은퇴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많은 감독들은 불합리하게 고착화되는 영화 제작 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뜻으로 은퇴 카드를 꺼내 든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비롯한 은퇴 번복 감독들에게 말 못할 사연이 있다면 그것은 영화산업의 미래를 누구보다 염려하는 속마음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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