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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 남한으로 귀순한 그는 여전히 범죄를 멈추지 않는다
임수연 2017-08-23

김광일(이종석)은 연쇄살인마다. 젊은 여성만 골라 강간하고, 피해자가 정신적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며, 잔혹하게 살해한다. 문제는 그가 북한의 비밀 계좌를 관리하는 고위 관료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외교적 필요에 의해 미국 CIA와 한국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도움을 받아 남한으로 귀순한 그는 여전히 범죄를 멈추지 않는다. 사건을 맡은 특별수사팀 경감이 자살한 후 대신 일을 맡게 된 경찰 채이도(김명민)는 그를 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만, 김광일의 귀순을 도왔던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은 광일이 위기에서 벗어나갈 수 있게 돕는다. 한편 북한에서부터 그를 쫓은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박희순)도 남한으로 내려와 광일을 추적한다.

영화 초반부, 광일이 그의 부하들과 함께 나체의 소녀를 괴롭히는 장면은 최근 한국영화에서 묘사된 가장 폭력적이고 불쾌한 그림일 것이다. 이렇게 그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간인지 먼저 보여준 후, 그를 잡으려는 채이도와 은폐하려는 박재혁의 충돌을 묘사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 축을 이룬다. 이들의 싸움이 직접 대면한 상태에서 벌어지기보다 각자가 등장하는 장면에 의해 릴레이식으로 구현되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시나리오 구성은 소재의 기시감을 덜어낸다. 또한 기존의 이미지를 깨거나 적절히 재활용하는 식으로 배우를 배치한 것도 영화의 장점이다. 이종석이 기존에 갖고 있던 말간 이미지는 곱게 자란 고위층 자제다운데, 천진하게 웃는 얼굴은 색다른 살인마 캐릭터에 어울린다. 김명민이 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준 ‘열혈’ 이미지는 누군가를 간절히 잡고 싶은 형사 캐릭터에 잘 녹아든다. 그러나 광일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 여성에 대한 가학적 이미지를 극한까지 전시하는 데에 그친 점은 아이디어의 부족으로 다가온다. 이렇게까지 자극적인 연출이 필요했는지에 대해 영화 스스로 끝까지 설득해내지도 못한다. 국가의 이해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는 이들의 대치 구도가 다소 느슨하게 연출된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쓰고 <혈투> <신세계> <대호>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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