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마감인간의 music
[마감인간의 music] 글렌 체크의 《The Glen Check Experience》, 뿌옇고 몽롱한 이 맛

마지막 앨범이 2013년이었으니 4년 만에 새 앨범을 내놓았다. 그사이 이 밴드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밴드 맞나 싶은 앨범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전작 《YOUTH!》는 밝은 에너지로 가득했다.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지만 록과 디스코를 퓨전해 대중적으로도 접점이 분명했다. 하지만 신작 《The Glen Check Experience》는 분위기가 가라앉았으며 힙합, 알앤비, 베이스 뮤직 비중이 높아졌다. 그들을 좋아하던 팬들 입장에선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멤버 김준원은 최근에 디제이 활동이 활발했다. 세계적인 디제잉 영상 플랫폼 보일러 룸에 나갈 정도로 성과도 좋았다. 전자음악과 흑인음악, 그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 취향의 뮤지션들과 ‘얼터 에고’란 크루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신작엔 그런 경험이 반영된 것 같다. 과거 히트곡 <Pacific>이나 <60’s Cardin>보다는 최근 그의 디제이 세트에서 들을 수 있던 음악에 더 가까워졌다. 댄스 신 전체의 변화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글렌 체크가 추구하던 저스티스나 다프트 펑크풍 음악은 이제 신의 중심이 아니다. 최근엔 빅 룸 EDM(까까까)마저 하향세고 트로피컬 하우스, 댄스홀, 베이스 뮤직이 팝과 접목돼 빌보드를 휩쓰는 중이다. 전작의 색깔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YOUTH!》 같은 앨범을 또 냈다면 올드하게 들렸을지도 모른다. 완성도는 훌륭하다. 베이스 뮤직의 핵심인 비트와 저음역도 매력적이고, 음정을 변조해 다양하게 활용한 보컬과 뿌옇고 몽롱한 사운드 질감도 훌륭하다. 국내에서 이 장르를 이 수준으로 들려준 예가 많지 않다. 역시 글렌 체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