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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캔 스피크> 꼭…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이주현 2017-09-20

다큐멘터리의 힘은 직접성에 있다. 사안을 직접 보고 인물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때 영화와 관객의 거리감은 좁혀진다. 그 육성의 힘은 <낮은 목소리>(1995),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2007), <그리고 싶은 것>(2012)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소재를 다룬 극영화 <눈길>(2015)과 <귀향>(2015)은 재현의 방식으로 역사에 접근한다. 재현은 역사 환기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재현의 범위와 방식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극영화로 만들어지기 힘들었던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는 진일보한 영화라 할 수 있다. 1980년 5월을 배경으로 한 전작 <스카우트>(2007)처럼 <아이 캔 스피크>는 비극적인 역사를 영화의 중요한 소재로 차용한다. 하지만 코미디라는 장르가 영화를 감싼다. <아이 캔 스피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과감한 접근법으로 이제껏 상업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꺼낸다.

‘법이 있으면 지키는 게 도리’라 말하는 옥분(나문희)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작은 범법 행위마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민원을 넣을 일도 많아 구청을 제 집 드나들 듯 하다보니 구청 공무원들에게 옥분은 피하고 싶은 대상이 돼버렸다. 그런 옥분 앞에 원칙주의자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가 나타난다. 옥분과 민재의 기싸움도 잠시, 민재의 수준급 영어실력을 안 옥분은 민재를 영어 선생님으로 모시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민재는 옥분의 영어 선생님이 되고, 옥분이 영어에 매달리는 이유도 알게 된다. 그사이 옥분은 오랫동안 가슴에 묻고 지낸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가 됐음을 예감한다. 미국 하원 의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2007년의 실화가 <아이 캔 스피크>의 모티브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용기내 증언했던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군자 할머니의 이야기는 옥분이 청문회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 중심으로 극화된다. 픽션은 ‘옥분이 영어로 말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기인하는 코미디가 영화의 초반을 흥미롭게 지탱한다. 더불어 70대 할머니와 30대 청년이 짝을 이룬 작품이란 점에서도 <아이 캔 스피크>는 남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가 주를 이루는 지금의 한국영화 지형도 안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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