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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 골든 서클> 장르를 비트는 잔재주, 쉴 새 없는 농담, 높은 수위의 표현
송경원 2017-09-27

어엿한 킹스맨으로 거듭난 에그시(태런 에저턴)는 어느 날 킹스맨 요원 시험에서 탈락했던 찰리(에드워드 홀크로프트)의 습격을 받는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킹스맨 본부와 요원들이 무차별 타격을 받고 에그시와 멀린만이 생존한다. 최후의 날 규약에 따라 미국 켄터키로 건너간 두 사람은 킹스맨의 사촌 격인 조직 미국 스테이츠맨의 존재를 알게 되고 도움을 요청한다. 킹스맨을 괴멸시킨 존재가 국제적 마약범죄조직 골든 서클이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스테이츠맨의 위스키(페드로 파스칼)와 함께 골든 서클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작전을 수행한다.

속편은 팬들의 기대라는 선물과 숙제를 동시에 안고 태어나고 적지 않은 속편들이 규모와 볼거리를 늘려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매튜 본의 감각적인 연출과 스파이물에 대한 참신한 변주로 신선함을 안긴 <킹스맨>의 속편은 좀더 복잡한 딜레마 속에서 생명연장이라는 미션을 수행했지만 성공적이라 보긴 어려울 것 같다. 전작의 기발함은 2번 만에 식상해졌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게 만들려고 애쓰다보니 전체적인 설득력도 증발했다. 애초에 장르적 농담과 허용으로 밀어붙이는 시리즈이긴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전작의 영광에 기댄다는 인상을 남긴다. 장르를 비트는 잔재주, 쉴 새 없는 농담, 높은 수위의 표현 등 전작의 장점들이 고스란히 악재가 되어 되돌아왔다. 속편이 피해가야 할 지뢰를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밟는, 안타까운 헛발질. 그나마 엘튼 존 하나는 건졌다는 게 이 영화 최대의 장점이자 최고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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