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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순택의 사진의 털] 사진작가를 구속하라!
노순택(사진작가) 2017-10-03

2011년 한국사진작가협회 이사장은 취임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이명박의 장래희망이 사진작가라는 사실을 폭로했다. ‘대통령의 희망도 사진작가일지니 회원들은 자부심을 품고 분발하라’는 취지였다. 이사장이 직접 들은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2009년 3월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명박은 인도네시아 순방 기자간담회에서 “은퇴하면 사진작가나 해볼까”라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첫 월급으로 라이카 M3를 샀다고 자랑한 적도 있다. 1965년 무렵 은행원 월급이 1만5천원 정도였는데, 그 명품 카메라의 가격은 1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명박의 ‘장래희망’은 거짓이었다. 그는 ‘이미’ 사진작가였다. 최근 확인된 포토아티스트 이명박의 맹활약을 살펴보면 “사진작가를 꿈꿨다”는 그 말이 겸손이었는지 사기였는지 헷갈린다. 이명박은 왜 자신의 작품활동을 숨겨온 것일까.

국정원 적폐청산 TF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국정원 심리전단은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을 좌파로 지목, 벌거벗은 두 사람이 침대에서 껴안고 있는 음탕한 합성사진을 만들고 그것이 마치 영화 포스터라도 되는 듯 “공화국 인민배우 주연”이라는 글자까지 새겨 넣었다. 작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어버이연합과 일베는 요란하고 대담한 홍보요원이자 고객이었다. 특수요원 유씨와 서씨에게 작업 지시를 내린 건 심리전 단장 민병주였다. 민병주를 지휘한 건 원세훈 국정원장이었다. 원세훈이 누구인가. 그는 이명박 작가의 오랜 개, 아니 조수였다. 이명박 아래에서 컸고, 이명박의 작품활동을 위해 존재했다.

얼마 전 조영남쪽이 법정에서 주장했다던가. “작가의 지휘 아래 여러 조수들이 기술적 역할을 담당하는 건 현대미술에서 이미 관행이 되었다.” 이 논리가 조영남에게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겠으나, 이명박 작가에게 해당된다는 건 명백하다. 앤디 워홀식으로 말하자면 국정원은 이명박 작가의 ‘팩토리’였다.

아무리 위대한 권력도 주권자의 삶을 파괴할 권리가 없듯, 아무리 위대한 사진작가라도 피사체의 인격을 살해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 이명박이 싸질러놓은 사진작품들은 포토테러리즘이었다. 사회적 약자를 겨눈 저열한 합성사진들로 복제 전승되었으니 위해성을 말해 무엇할까. 증거가 수두룩하다. 이명박 사진작가를 구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