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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시네마②] <분장> 남연우 감독 & <환절기> 이동은 감독
장영엽 사진 오계옥 2017-10-16

#젠더 #성소수자 #다양성 #가족

이동은, 남연우 감독(왼쪽부터).

‘G-시네마’ 배급지원 사업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남연우 감독의 <분장>과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는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분장>), 뉴 커런츠(<환절기>) 부문에 초청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족이 성소수자였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엄마(<환절기>)와 형(<분장>)이 경험하는 마음의 격랑을 조명하는 이 두 작품은 젠더 이슈를 영화의 중심부로 끌어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분장>은 얼마전에 개봉했고 <환절기>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 영화제와 극장 개봉 사이에서 어떤 온도차를 느끼나.

=남연우_ 극장 개봉을 준비하며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는 꿈을 꾸는 듯했고 모든 게 순탄한 느낌이었다. 극장 개봉을 준비하면서도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웠던 건 매한가지지만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홍보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됐다. <분장>이라는 영화가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이라는 걸 관객이 알아야 영화를 보러 올 텐데, 독립영화의 경우 영화에 대해 알리는 게 정말 쉽지가 않더라. 할 수 있는 건 다 시도해봤다. SBS 라디오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 손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남연우 감독입니다. 저예산영화 <분장>을 정말 힘들게 만들었고 개봉을 하게 됐습니다. 컬투형님들의 한마디가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라고. 평소 부탁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인지도 있는 친구, 배우들에게 영상을 부탁하고, 방송작가들의 이메일 주소를 수소문해 직접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넘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동은_ 아직 <환절기>의 배급사를 확정하지 못했다. 그래서 본격적인 개봉 준비는 못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느꼈던 온도차는 있었다. 최근 명필름랩에서 후반작업 중인데, 상업영화 준비하는 분들에게 편집본을 보여드렸더니 ‘예술영화 찍었냐’고 하시더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어떤 관객에게 ‘영화제 영화답지 않게 상업적이다, 너무 무난한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는데, 배급사를 잡고 영화를 개봉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더라. 지금은 영화제 상영 버전에서 15분 정도를 편집한 상황이다.

-<분장>과 <환절기>는 성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한편 성소수자의 주변인물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동은_ <환절기>는 40대 여성 미경의 성장 이야기다. 영화를 공개한 뒤 ‘왜 미경의 아들이 게이라는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나’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나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성소수자는 남성, 여성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성소수자가 존재하기에 성소수자에 대한 에피소드를 넣은 것뿐이다. 남성감독이 조폭영화, 형사영화를 만드는 걸 특이하다고 생각지 않으면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평범한 여성들이나 성소수자의 일상을 다루는 걸 색다르게 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더 낯설게 느껴졌다.

남연우_ 한 술자리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성소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그들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집에 가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정말 타인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좇다보니 <분장>이라는 장편 시나리오가 나왔다.

-한국영화계는 여전히 젠더 이슈를 폭넓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이동은_ 젠더 이슈에 국한해 말하면, 한국 사회가 1990년대보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일례로 최근 SNS에서 어떤 분이 올해 추석 한국 극장가에 걸린 영화 포스터를 정리해 올려놓은 사진을 봤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선생님뿐이었다. 주류 상업영화에서 이처럼 여성,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이미 대중은 여러 채널을 통해 새로운 영화, 다양한 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대중의 바람이 한국영화 콘텐츠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른바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한국영화의 새로운 시도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베팅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주류 상업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 한국영화가 이렇게 극과 극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사이즈와 소재에 있어 갈수록 양극화돼 간다는 점이 아쉽다.

남연우_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피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나 역시 <분장>을 찍기 전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것이 두려웠다.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분장>을 찍기 전과 후의 나는 분명 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가 젠더 문제에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에, 최근 페미니즘 관련 팟캐스트를 찾아 듣고 있다. 다음 영화 <내 나이 열네살>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여성의 삶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는 게 낯설고 걱정이 되지만 이 낯선 감정조차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연기 잘하고 매력적인 여성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며 경험을 넓히고 싶다.

<분장>은 어떤 영화?

무명의 연극배우 송준(남연우)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소수자 연극 <다크라이프>에 트랜스젠더 역할로 캐스팅된다. 배역을 위해 성소수자 모임에 참석하고 클럽에 출입하면서 송준은 자신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 굳게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송준은 동생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고 혼란에 빠진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졸업하고 <우는 남자>(2014), <로봇소리>(2015), <부산행>(2016) 등에 배우로 출연했던 남연우 감독의 첫 장편영화.

<환절기>는 어떤 영화?

미경(배종옥)의 하나뿐인 아들 수현(지윤호)이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사고를 당한다. 미경은 식물인간이 된 아들과 달리 멀쩡히 돌아온 아들의 친구 용준(이원근)을 원망한다. 그녀는 수현과 용준이 사랑했던 사이라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동은 감독은 제일기획 PD, 시네마서비스 기획팀, 서울아트 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와 CGV 무비꼴라쥬 프로그래머를 거쳐 명필름영화학교 1기 연출 전공으로 장편 데뷔작 <환절기>를 만들었다. 그는 동명의 그래픽노블을 지난 2013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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