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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정일우> 정일우 신부를 추모하는 다큐멘터리

<내 친구 정일우>는 김동원 감독이 1986년경 <상계동 올림픽>을 찍던 초짜 감독 시절에 인연을 맺었던 정일우 신부를 추모하는 다큐멘터리다. 아니, 추모보다는 사람들에게 잘 몰랐던 친구를 소개한다고 하는 편이 적절하겠다. 미국에서 태어난 존 데일리 신부는 25살 되던 해 한국으로 건너와 정일우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으며 이곳에 눌러앉았다. 한국 사람들의 생명력과 정을 좋아했던 그는 각자가 가진 빵을 사람 수만큼 나누는 행위 역시 미사라고 생각했던 길 위의 신부였다. 서강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청계천, 상계동, 괴산 등을 떠돌았는데 그 모습이 운동이나 저항이 아니라 그냥 노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한다.

정일우 신부를 찾는 여정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건 4명의 화자가 쓴 4통의 편지다. 그가 한국으로 건너와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전주희 수사가, 청계천에서 평생의 친구 제정구씨를 만난 때는 제정구씨의 아내 신명자씨가, 상계동에서의 삶은 김동원 감독이, 괴산에서의 삶은 김의열씨가 각각 들려준다. ‘내 친구’라는 수식어처럼 김동원 감독은 정일우 신부를 미화하거나 그의 과업을 상찬하기보다는 사람들의 말과 기억 속에 남은 정일우 신부의 모습을 더듬어간다. 그것이 이 영화가 종교인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흔히 빠지곤 하는 폐쇄적인 한계를 넘어 그를 모르던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일 것이다. 사람들이 꺼내놓은 기억은 정일우 신부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동시에 기억을 지닌 사람들 스스로를 비춘다. 이 작품이 김동원 감독의 다른 작품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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