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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매틴슨의 대표작들 - 유명한 이야기를 ‘재창조’하기
송경원 2017-11-01

<곰돌이 푸의 모험>(1977) 스토리보드 작가

“꽤 많은 캐릭터를 그려왔지만 지금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위니 더 푸’(Winnie-the-Pooh)의 곰돌이 푸다. 스스로 가끔 뇌가 작은 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웃음) <로빈 후드>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곰돌이 푸의 모험>의 스토리보드 작가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 때문에 2011년 디즈니에서 <곰돌이 푸>를 리메이크할 때 스토리보드를 다시 그려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곰돌이 푸 목소리까지 연기해가며 발표를 했고 승낙을 받았다. 목소리 하나, 캐릭터 동작 하나까지 직접 해보면서 그리는 건 푸가 유일한 것 같다. 1977년 <곰돌이 푸의 모험>을 그릴 때 아내가 곰돌이 푸의 인형을 만든 적이 있다. 실제로 오프닝에 실사 인형이 등장하는 장면까지 찍었는데 볼프강 라이테르만이 최종적으로는 삭제해 쓰지 못했다. 그때 만든 인형을 다락방에서 꺼내어 다시 고쳐 2011년 오프닝에 썼다.”

<미키의 크리스마스 캐럴>(1983) 감독·제작

“처음 연출을 맡은 작품이다. 디즈니에서 만든 캐럴 앨범도 있고 아트워크도 이미 있으니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로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고 당시 디즈니 대표였던 론 밀러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제안했다. 그랬더니 단번에 좋다며 스토리보드 작업을 해보라는 거다. 그려서 보여줬더니 덜컥 연출은 물론 제작까지 해보라고 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미키마우스와 도널드 덕, 그리고 그 친구들은 일종의 연기자 부대다. 셰익스피어 연극처럼 이야기가 있으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배우들이다. 개인적으로도 스토리보드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이었다. 사실 볼프강 라이테르만의 발탁으로 스토리보더를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애니메이터 지망이었기 때문에 스토리보드 부서로 옮겨갔을 때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갈수록 매력을 느꼈고 궁극적으로는 연출의 재미를 일깨워준 셈이다. 처음 제목은 그냥 ‘크리스마스 캐럴’ 원제 그대로였다. 한창 작업 중에 사내 우편배달부가 들어와서 이건 무슨 작품이라고 묻더니 ‘미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라고 해야 잘 팔린다고 조언해줬다. 디즈니의 우편배달부는 모든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는 준비된 애니메이터들이다. (웃음)”

<위대한 명탐정 바실>(1986) 감독

“디즈니의 26번째 장편이자 최초로 작업 방식 중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작품이다. 셜록 홈스 소설을 모티브로 했다. 이미 있는 작품들을 애니메이션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걸 좋아한다. 스토리가 단단하기도 하지만 색다른 상상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즐겁다. 론 클레멘츠 감독의 제안으로 출발했고 존 머스커 등 다른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들도 함께 작업했다. 당시 디즈니의 정권 교체가 있던 시기라 제작 도중 모든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는데, 새롭게 경영 일선에 나선 로이 에드워즈 디즈니나 프로듀서 제프리 카첸버그는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제목까지 경영진이 원하는 대로 바꿨지만 결과적으로는 홍보에 큰 힘을 쏟지 않아서 당시 함께했던 작가들이 모두 안타까워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담아냈던, 디즈니의 세대 교체와 안정화 과정이라는 한 시절을 함께한 작품이다.”

<미녀와 야수>(1991) 스토리보드 작가

“<미녀와 야수>의 대표 장면 중 하나가 오프닝에서 벨이 거리를 걸으며 <Belle>을 부르는 장면이다. 리틀 타운을 지나가면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인데 사실 그 장면이 들어간 것이 바로 스토리보드 작업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각자 작업을 하다가 인사를 하기 위해 일부러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었다. 벨이 매우 똑똑하고 평범하지 않다는 걸 강조하면서 경쾌한 리듬감도 살릴 수 있다. 스토리보드에서 제안한 걸 감독이 모두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실현되었을 때의 쾌감이 있다.”

<알라딘>(1992) 스토리보드 작가

에릭 골드버그와 처음 함께한 작품이다. 지니의 캐릭터 디자인을 에릭이 맡았는데 처음 봤을 때 짧은 분량 안에 캐릭터의 모든 특징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어 무척 놀랐던 기억이 있다. 지니만큼 존재감이 큰 조연 캐릭터는 그리 많지 않다. 스토리보드를 짤 때도 복잡하고 입체적인 성격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라이온 킹>(1994) 스토리보드 작가

“거의 모든 시퀀스가 즐거운 작업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족적인 테마가 많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무파사가 심바에게 왕국을 소개하는 장면이다. 마치 초원에 있는 것 같은 광활함을 묘사했다. 그와 대비되는 스카와 하이에나들의 시퀀스도 좋다. 스토리보드상에서는 훨씬 길고 다른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특히 죽은 동물의 갈비뼈를 실로폰처럼 연주하는 장면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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