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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씨앗> 피해자가 폭력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변모해가는지 보여준다.
이화정 2017-11-01

단체 외박을 나온 주용(이가섭)의 하루는 가혹하다. 눈치 없는 후임병 필립(정재윤)의 행실을 두고 선임병들은 자꾸 주용을 닦달한다. 누군가 선임병의 폭행을 간부에게 폭로하려 한 사실을 알게 된 선임병들은 범인 찾기에 혈안이다. 곤경에 처한 필립을 감싸주려던 주용도 궁지에 몰리자 “그냥 말해. 네가 했다고 말해”라고 닦달한다. 그사이 선임병의 매질에 필립의 이가 부러지자, 주용은 치과의사인 매형 수남(박성일)에게 도움을 청하러 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나(소이)와 매형 사이의 가정폭력을 목도하게 된다.

<폭력의 씨앗>은 주용이라는 한 청년이 계급사회인 한국의 군대 문화를 겪으며, 어쩔 수 없이 변모하는 인성 파괴의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프레임으로 ‘폭력’을 설명하는 대신 피해자가 폭력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변모해가는지 보여준다.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은 그래서, 주용이 자신보다 약자인 필립과 누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려지면서다. 그리고 이 묘사야말로 폭력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이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들처럼’ ‘그들에게’ 동화 되는 것만이 방법일지 모른다.

<폭력의 씨앗>은 혼란에 놓인 주용의 하루를 놓치지 않고 따라잡는다. 4:3의 화면비, 핸드헬드 카메라가 주는 ‘갑갑한’ 효과는 주용의 불안한 심리를 묘사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된다. 마치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세팅에, 유대인 수용소에서 아들을 찾아 헤매는 라슬로 네메시 감독의 <사울의 아들>(2015)을 연상시키는 형식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및 CGV아트하우스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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