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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거짓말> 당신은 제 거짓말이 보여요?

‘독립영화적인 인물’이란 표현이 허락된다면 <소통과 거짓말>의 장선(장선)을 이러한 계보의 아랫줄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비천하고 이상하며 괴이하기까지 한 자기파괴적인 그녀의 성향은 첫 장면부터 확연히 드러난다. 한 보습학원에서 실장(김선영)이 장선을 호출한다. 장선이 쭐레쭐레, 터벅터벅 복도를 걸어가면 벽에 기대선 실장의 정면 얼굴이 보인다. 실장은 다짜고짜 “장선씨 나한테 할 말 없어?”라며 빈정거린다. 장선 또한 만만치 않다. 모르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이죽거리는 투가 예사롭지 않다. 카메라가 장선의 뒤에 위치하기 때문에 관객은 장선의 얼굴이 아닌 뒤통수와 걸음걸이, 그녀의 말투를 먼저 듣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그녀에 관해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설명해준다.

흥미롭고, 무시무시한 롱테이크가 지난 뒤 영화는 그녀가 사건과 폭로 이후 학원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견디는가를 보여주는 대신, 개인사의 조각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이것은 그녀가 가진 독특한 지점을 강화해서 보여주는 동시에 그녀가 기이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관해 알려준다. 또 다른 중심 인물은 학원 강사(김권후)다.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민원은 대개 이런 식이다. 옆집 개가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이상하니 그 개가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영화는 두 남녀가 만나서 벌이는 가련하고도 기이한 행각을 보여준다. 둘의 관계는 구원이랄 것도, 파괴랄 것도 없이 잠시 존재했다가는 홀연히 사라진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장선)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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