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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실> 신하균 - 과하지 않게 진솔하게
김현수 2017-11-21

압구정 한복판에서 시대에 뒤처지는 DVD방을 차려놓고 돈 벌 궁리를 하는 <7호실>의 DVD방 사장 두식은 책임질 것이 많은 인물이다. 여러 압박감에 치이며 살던 그가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과 함께 겪게 되는 사건과 해결 과정은 <7호실>의 재미를 책임질 관전 포인트다. 덕분에 두식 역을 맡은 신하균에게는 스릴러와 코미디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영화의 중심을 한곳에 쏠리지 않게 해야 할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올해 <악녀>에 이어 하반기 <7호실>을 통해 두 번째로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친 신하균에게 영화 안팎으로 짊어지게 된 그 ‘책임’에 대해 물었다.

-<7호실>은 최근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개성을 지닌 영화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는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느낌의 영화라서 반가웠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이용승 감독을 만나고 싶어 <10분>도 찾아봤는데 영화의 디테일이 좋아서 그와의 작업이 기대됐다.

-말 그대로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7호실>의 장르적인 분위기에 이끌렸던 것인가.

=이 영화는 그저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코미디라고 한정하기에도 아쉬운 이상한 지점의 웃음 포인트가 있다. 감독님과 촬영하면서 우스갯소리로 “우리가 지금 어떤 장르를 찍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나눴다. “오늘은 사회 드라마다, 오늘은 스릴러를 찍고 있네요”라는 식의 농담을 계속 주고받았다. 이용승 감독이 “이런 게 모이다 보면 우리 영화의 색깔이 나오겠죠”라고 말하는 식의 작업이었다. 이런 작업이 재미있었다.

-<7호실>의 DVD방 사장 두식과 도경수가 연기하는 아르바이트생 태정의 관계나 그들이 처한 상황이 요즘 관객에게는 낯설어 보일 수 있다. 촬영 전 프로덕션 과정에서 주로 어떤 고민을 했나.

=두식의 톤 앤드 매너를 잡는 게 중요했다. 두식은 어른이지만 소년의 모습도 보였으면 좋겠다는 감독의 주문이 있었고 지금껏 평범하게 열심히 살았던 일반적인 소시민일지 모른다는 정도의 설정만 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연기 톤은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 생활 연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자는 정도의 주문을 했다. 두식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화도 잘 내는 성격이다. 거기서 오는 간극을 잘 이용해서 너무 과하지 않게 진솔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다재다능하면서도 까마득한 후배 도경수와의 작업은 어땠나.

=가수로서의 도경수의 공연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주변에서 성실한 친구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만나기 전에 주연으로 출연한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을 봤는데 코미디감이 있더라. 이 정도 센스면 충분히 잘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의 느낌일 텐데 눈빛이 아주 쓸쓸해 보이면서도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에 함께 출연한 황정민 배우가 이번에는 누나로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재회는 누구의 아이디어였나.

=이용승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그가 <지구를 지켜라!>를 너무 좋아해서 “이번에는 둘이 남매로 다시 만나게 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황정민 선배와는 <지구를 지켜라!> 이후 처음 같이 연기하는 거였다. 분량이 짧아서 아쉬울 정도였다. (웃음)

-현장에서 이용승 감독은 어떤 부분까지 디렉션을 주던가.

=현장에서 나오는 즉흥적인 것들에서 파생되는 걸 찾으려고 하는 분위기였다. 여러 번 같은 대사를 하다가도 마지막에는 그냥 해보고 싶은 대로 하라고 시켜본다. 배우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하면서 예리하게 찾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사실 현장에서 찾는 대사도 많다. 주변 소품을 이용한다든지. 동선도 기본 콘티가 있지만 리허설하면서 더 좋은 게 있으면 컷을 붙여서도 많이 갔다.

-차기작 계획은 뭔가.

=이병헌 감독의 <바람바람바람> 촬영을 7월에 마쳤고 이후 일정은 구체적으로 생각한 게 없다. 언제나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가 새롭다고 느껴야 관객에게도 전해줄 수 있으니까. <7호실>은 요즘 한국영화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새로움을 느꼈고 관객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영화다. 잘은 모르겠지만 요새 관객과 만나는 시기가 점점 짧아지는 게 아닌가 염려된다. 극중 두식도 “10년 세월이 어제 같다”고 말하는데 역시나 뭐든지 빨리 변화하는 게 아쉽다. 관객과 극장에서 오래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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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