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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꾼> 적도 아군도 없는 사기꾼들의 판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
송경원 2017-11-22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허성태)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지성(현빈)은 아버지가 장두칠의 도주 과정에 휘말려 사망하자 복수를 다짐한다. 시간이 흐른 뒤 장두칠이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여전히 그가 살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사건 담당 검사 박희수(유지태)는 장두칠을 잡으려 한다. 사기꾼만 골라 속이는 사기꾼이 된 지성은 장두칠을 잡기 위한 설계를 하던 중 박희수 검사에게 함께 장두칠을 잡자는 제안을 받는다. 지성은 박희수 검사에게 약점을 잡힌 사기꾼 3인방 고석동(배성우), 춘자(나나), 김 과장(안세하)과 함께 팀을 꾸려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두칠의 오른팔인 곽승건(박성웅)이 미끼를 물고, 장두칠의 행적이 드러난다. 적도 아군도 없는 사기꾼들의 판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게임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꾼들의 전쟁이다. 대한민국을 뒤집어놓은 사기꾼 조희팔을 연상시키는 사연이 이어진다. 장두칠을 비호하는 권력층의 일부였던 박희수 검사는 필요에 의해 장두칠을 제거하려 하고, 그 판에 장두칠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지성이 끼어들며 적과의 협력이 시작된다. 사기꾼들의 판인 만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설정이 정교하진 않지만 워낙 빠르게 몰아붙이는 덕분에 크고 작은 구멍이 영리하게 가려진다. 하지만 서로를 속이는 구조가 거듭 이어지다보면 금방 질릴 수밖에 없는 데다 전체적인 판이 순진한 구석이 있다. 그럼에도 일단 말이 되게 끝까지 이어가며 2시간 동안 관객을 붙들어두는 것만으로도 오락영화로 어느 정도 성공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빈약함은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 배우들을 일선에 내세우지만 팀으로서의 호흡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 춘자 역의 나나가 신인답지 않은 에너지를 선보인다는 게 흥미로울 뿐 나머지는 각자 맡은 캐릭터에 주어진 역할을 기능적으로 소화하는 것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인물에 드라마를 부여하는 건 좋은데 그게 막연하고 순진한 상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사기꾼이 잡히고, 나쁜 놈들이 처벌받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낭만적으로 투사한, 목적에 충실한 팝콘 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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