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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금의 나라 물의 나라>, 순정만화 읽는 겨울
이다혜 2017-11-27

<금의 나라 물의 나라> 이와모토 나오 지음 / 애니북스 펴냄

옛날옛날 무척이나 사이가 나쁜 두 나라가 이웃해 있었다. 개똥 처리 문제로 두 나라가 전쟁을 시작하자, 신은 서둘러 중재에 나섰다. A나라는 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가씨를 B나라로 시집보내고, B나라는 나라에서 제일 현명한 젊은이를 A나라에 사위로 보내거라. 그리고 두 나라의 왕은, 상대를 골탕먹이기로 한다. A나라의 왕은 B나라 인근에 있는 후궁의 막내딸인 93번째 왕녀 사라를 시집보내기로, B나라의 왕은 A나라 근처 마을에 사는 학자 아들로 직업이 없는 나란바야르를 장가보내기로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사라는 B나라에서 온 신랑을 기다리는데, 신랑이 탔다는 가마 안에는 개 한 마리가 자고 있다. 나란바야르는 A나라에서 온 신부를 만나러 집에 가보니 고양이가 한 마리 와 있다. 사라는 나라의 평화를 위해 신랑이 온 척 개를 키우기로 하고, 나란바야르 역시 사실을 밝히지 않고 고양이와 산다. 어느 날, 개를 따라 숲에 들어간 사라는 나란바야르와 마주치게 되고, 그에게 부탁을 하나 한다. 언니들 앞에서 자신의 신랑인 척해달라고.

이와모토 나오의 <금의 나라 물의 나라>는 일본에서 ‘이 만화가 대단하다! 2017’ 여성만화 부문 1위, ‘만화대상 2017’ 2위에 오른 순정만화다. 한권으로 완결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명쾌하게 진행된다. 아름다운 아가씨와 현명한 청년의 결합이라는 것은 언뜻 보면 상투적인 전개로 보이지만, 용기 있는 아가씨와 다정한 청년의 결합으로 진행된다. 공주 사라의 그림체도 다른 순정만화의 공주들과 한눈에 차이점이 보이는데, 이른바 둥근 원반 같은 턱의 소유자. 통통한 체격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데 능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나란바야르도 순정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흑발 냉미남’ 스타일이 아니다. 첫만남 때 지저분해 보이는 용모에 껑충 키만 큰 그이지만, 한결같이 다정하며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뛰어든다. 두 나라의 적대적 관계와 꼴통이라고밖에 부를 수 없을 양국 왕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는 독자를 근심시키는 그늘이 없다. 조마조마하게 ‘쪼는 맛’ 없이도, 읽기가 즐겁다. 누가 봐도 사랑에 빠질 게 분명한 사라와 나란바야르가 숲에서 처음 만난 뒤, 개와 고양이 대신 서로의 배우자를 연기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의 매력에 눈을 뜨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와모토 나오가 그린 그림 속 왕궁이나 도시의 모습들은 <모뉴먼트 밸리> 같은 게임 속 공간처럼 환상적인 미로를 연출한다. “이대로 계속되길 바랐던 ‘어제’를 조금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 따위 두려워하고 있을 수가 없었어요.” 사라가 나란바야르에게 말한다. 그렇게 용기를 낸 결과로 과거를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바꾼다. 그렇게 세상을 움직이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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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 읽는 겨울 <금의 나라 물의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