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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버건디> 배우 아나 지라르도 - 시간과 연기가 함께 흘렀다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17-11-30

<백 투 버건디>는 실제로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며 1년간 시간 순서대로 촬영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10년 만에 함께 살게 된 세남매다. 가족 사이의 갈등이 풀리며 화해하는 과정을 연기하는 것이 실제 배우들이 친밀해지는 과정과 병행되는 셈이다.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이 “각자가 훌륭한 배우인가보다 어떤 합이 나올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보고 캐스팅했다”고 말한 이유다. 한국을 찾은 아나 지라르도에게 이런 독특한 촬영현장의 경험에 대해 물었다.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미 첫째 장(피오 마르마이)과 셋째 제레미(프랑수아 시빌)가 캐스팅된 상태였다. 평소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랑스 감독 중 하나이며 인간관계를 아주 잘 그린다. 그런 감독님이 캐스팅 건으로 다 함께 보고 싶다고 전화를 준 것이다. 차가 막혀서 약속 장소에 1시간 늦게 도착했다. 캐스팅에서 떨어졌겠구나 싶어서 울면서 귀가했는데 “우리 가족이 된 걸 축하해”라고 감독님에게 전화가 오더라. (웃음)

-우여곡절 끝에 캐스팅한 이유로 특별히 언급한 게 있나.

=감독님이 날 처음 봤을 때 파리지엔 같은 도시 여자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맨발로 일을 하는 역할과 어울리지 않다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혀 알 수 없는 것을 해내는 것이 나의 직업 아닌가. 감독님에게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파리에서 입던 옷을 집어던지고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미 캐스팅된 배우들과 남매로서 보여줄 케미스트리가 가장 중요했고, 내가 가장 적임자였다고 하더라.

-겉모습 외에 줄리엣과 실제 당신의 간극은 어떤 식으로 채워나갔나.

=줄리엣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느끼는 감정, 그리고 직업에 대한 무게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이것을 나의 이미지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주 여성스러운 와인 재배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남매를 연기한 다른 두 배우와 현장에서는 어땠나.

=원래 영화를 찍을 때 배우들과 잘 지내는 편이지만 이 영화는 특히 그랬다. 촬영 기간 동안 큰 집에서 같이 음식도 해먹고 가깝게 지냈다. 피오 마르마이는 나를 보호해주는 쪽이었고, 프랑수아 시빌은 매일 싸우다가 친해졌다. (웃음) 이러한 시간을 거치고 나니 카메라에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기더라.

-실제로 와인을 재배하며 1년여간 함께 촬영했다고.

=보통 두달 정도 촬영하는 다른 영화현장과 매우 달랐다.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담아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했다. 다만 처음에 찍었던 남매의 재회 장면은 8개월 후에 재촬영했다. 처음에 찍은 버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긴 시간 배우들을 관찰하며 캐릭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나갈 수 있었다.

-촬영 도중에 시나리오를 실제 배우의 모습에 가깝게 수정하기도 했다던데.

=시나리오는 총 4번 바뀌었다. 줄리엣에게 20살 더 많은 남자친구가 있고 이 남자와 헤어질지 말지 갈팡질팡한다는 스토리가 있었는데 줄리엣에게 굳이 이런 사연이 필요 없다고 판단해서 내용이 바뀌었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뉴욕에서 밀레나 루리 감독과 촬영한 미국영화가 한편 있다.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님의 차기작에도 출연한다. 남녀는 왜 이렇게 다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코미디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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