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잡는다>는 아리동의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가 노인을 대상으로 한 미제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덕수가 사는 아리동과 아리맨션은 영화의 정서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촬영 전 제작부는 발품을 팔아 원작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에 묘사된 것과 흡사한 아리맨션을 목포에서 찾아냈고, 이정우 미술감독은 그곳을 영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헌팅한 맨션의 위치며 구조는 다 좋았는데 최근에 외관 리모델링을 해서 맨션이 너무 깨끗하더라. 30년 정도 묵은 ‘간지’를 내기 위해 세월의 때를 입히는 작업을 해야 했다.” 산동네 특유의 분위기가 나도록 “빛바랜 컬러”를 사용해 맨션에 차양을 달고 화단을 꾸몄다. 오래전부터 서 있는 듯 보이는 덕수의 일터인 열쇠가게도 새로 지었고, 덕수의 집 내부 장판과 벽지도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게 디자인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픈 아내를 돌보는 한의사 정혁(천호진)의 병원과 밀실은 “비밀 공간이 들어갈 수 있도록 미로 구조의 적산 가옥”으로 만들었고, 마지막 액션 신이 펼쳐지는 복개천 공사장은 허허벌판의 땅을 공사장으로 변신시켰다. 비오는 날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마지막 액션 신에선 바닥의 흙을 머드파우더로 채우는 일까지 했다. “바닥에 작은 돌멩이라도 있으면 배우들이 다칠 수 있어서 일반 흙이 아니라 머드파우더를 체로 걸러 바닥에 깔았다. 영화에선 그저 평범한 공간처럼 보이겠지만 무엇 하나 그대로 찍은 게 없다.” 자연스럽고 사람 냄새 나는 공간, 어수선하지 않으면서도 밀도 높은 공간이 그저 탄생했을 리 없다.

대학에선 무대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상징적 공간인 동시에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공간을 만드는 영화 작업에 매료”돼 영화미술을 업으로 삼게 됐다. <리베라 메>의 미술팀장으로 일을 시작해 <중독>을 통해 미술감독으로 입봉했다. 이정우 감독은 “밀도 있지만 자연스러운 공간을 구현하는 게 좋은 미술”이라고 말했다. “전엔 화려하고 꽉 찬 화면을 좋아했는데 지금은 미술이 자연스러운 영화가 좋다. 그런데 막상 작업을 시작하면 뭔가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찾게 된다. (웃음) 그래도 예전엔 채워야 한다는 조바심이 컸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을까 더 고민한다.” 영화의 주가 미술은 아니지만 영화의 미술이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믿는 이정우 미술감독은 “미술 작업을 하면서 제일 힘든 게 예산과의 싸움”이라는 고충도 털어놓았다. “1천원이 필요한데 주어진 건 500원이라면, 욕심을 내고 싶다가도 욕심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물론 주어진 것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게 능력일 수 있겠지만 대규모 미술 예산의 작업도 언젠가 해보고 싶다. (웃음)”

자동차

“10년 된 차인데 45만 킬로미터를 달렸다. 남들보다 두세배는 더 많이 차를 탄 셈이다. 그만큼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장소 헌팅하러, 실측하러, 세팅하러 전국을 누빈다. <반드시 잡는다>를 찍으면서도 전라도 일대를 쉴 새 없이 달렸다.” 이정우 미술감독에게 자동차는 없어서는 안 될 이동수단이자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는 자신만의 공간이다.

미술감독 2017 <반드시 잡는다> 2016 <비정규직 특수요원> 2014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2006 <예의없는 것들> 2006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 2002 <중독> 미술팀장 2002 <재밌는 영화> 2001 <베사메무쵸> 2000 <리베라 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