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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제시한 비전… 탄생 40주년 맞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도약
김현수 2017-12-20

포스의 균형은 찾아올까

포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새로운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포스, 제다이, 라이트세이버, 스톰트루퍼 등 이 시리즈를 상징하는 모든 전통 요소를 바탕으로 시리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영화는 블록버스터영화로서는 다소 어려운 길을 가려 한다. 왜 우리는 ‘포스의 균형’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라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면서 시각적으로는 가히 SF영화의 끝판왕에 가까운 엄청난 액션 활극을 선사한다. 152분이라는 넉넉한 러닝타임 위에 전편에 이은 신구 세대 배우들의 조화는 물론 환상적인 우주의 볼거리가 가득 차 있다. 그저 3부작의 최종장을 향한 정거장 정도의 영화로 생각했던 관객은 어서 예매 티켓부터 끊고 보자. 무엇을 상상하든 그와는 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상투적인 소개와 함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담고자 했던 비전에 대해 간략하게 짚어보려 한다.

올해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탄생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디즈니가 루카스필름을 인수한 이후, 조지 루카스 감독이 과거에 만들었던 6부작의 뒤를 잇는 새로운 시리즈 3부작과 여러 편의 스핀오프 영화들이 만들어졌거나 제작 중이다. 따져보면 거의 매년 한편꼴로 개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이하 <깨어난 포스>)가 2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고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2016, 이하 <로그 원>) 또한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둬들여 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리라. 이쯤 되면 영화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는 시리즈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새로운 관객, 특히 젊은 관객에게는 진입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인데, 무려 8편이나 되는 지난 시리즈를 모두 훑기가 무리인 까닭이다. 전체 시리즈 8편에 해당하는 라이언 존슨 감독의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이하 <라스트 제다이>)는 바로 그런 고민을 안고 만들어졌다. 40년 넘게 이어져온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가다듬을 것이며 또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깨어난 포스>는 왜 21세기에 이 시리즈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명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영화였다. 그리고 라이언 존슨 감독의 <라스트 제다이>는 시리즈의 정통성은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정통성과 결별할지를 동시에 고민한 영화 같다.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너무 분명해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스타워즈> 시리즈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블록버스터영화들이 추구해온 재미 요소를 다시 한번 <스타워즈> 시리즈로 흡수시켜 리뉴얼하는, 마치 거대 기업의 잔혹한 합병 방식을 보는 것 같은 영화라고 표현한다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새로운 시리즈 3부작의 포문을 열었던 J. J. 에이브럼스 감독의 전략은 현대적 각색이었다. 그는 우주를 악의 기운으로 몰아넣는 다크 사이드, 다스 베이더와 시스 군주에 맞서 저항군의 리더 레아 공주(캐리 피셔)가 전세를 뒤집을 제다이를 찾아나서는 오리지널 3부작의 핵심 설정에서 “젊은 여성이 세상과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엑기스처럼 뽑아냈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채 부랑자처럼 살던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제국군과 저항군의 싸움에 휘말리면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이 <깨어난 포스>에서 펼쳐졌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라스트 제다이>가 <깨어난 포스>의 다음 이야기를 3부와 연결짓는 2편이라는 점을 감안해 “전편의 톤을 유지”하면서 “오리지널 시리즈의 어두운 면을 부각할 것”을 작품의 기조로 삼았다. 그는 대체 무엇으로 이 어려운 난제를 돌파했을까.

전편의 톤을 유지하며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잠시 별들의 전쟁 역사를 훑고 지나가자. 다스 베이더의 죽음 이후 30여년이 흘렀지만 제국군으로 대표되는 다크 사이드는 여전히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이다. 이에 맞서는 저항군 역시 전력 면에서 저항만 하고 있을뿐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주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전투(<로그 원>)를 몇번 치렀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다. 루크는 전장에서 한발 물러서서 레아 공주와 한 솔로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 벤 솔로를 데리고 제다이들을 육성하던 중, 다크 사이드에 사로잡힌 벤을 퍼스트오더의 수장인 슈프림 리더 스노크(앤디 서키스)에게 뺏기고 만다. 사실상 다스 베이더, 시스 군주와 한통속인 스노크를 따르게 된 벤은 이름을 카일로 렌으로 바꾸고 자신의 외할아버지인 다스 베이더, 즉 아나킨 스카이워커(시리즈1, 2, 3편은 그의 일대기를 다룬다)의 뒤를 따르기로 결심한다(다스 베이더가 <제다이의 귀환>에서 삼촌 루크를 어떻게 구해줬는지는 알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이에 낙심한 루크는 은하계에서 멀리 떨어져 은둔 생활을 하기 시작하고 한 솔로 역시 레아 곁을 떠나 츄바카와 함께 떠돌이 생활을 한다. 결국 레아 공주 홀로 저항군에 남아 지금껏 다크 사이드에 맞서왔던 것이다. 레아 공주, 아니 이제 장군이 된 그녀는 과거 오비완 케노비에게 도움을 청했던 것처럼 <깨어난 포스>에 이르러 유일한 희망인 루크를 찾아나서 도움을 요청하려 한다. J. J. 에이브럼스 감독이 새롭게 투입시킨 레이와 핀(존 보예가)은 저항군 레아 장군의 큰 뜻 아래에서 카일로 렌의 공격에 맞서는 한편, 루크를 찾아 저항군을 돕고자 긴 여정을 떠났다. 라이언 존슨 감독은 바통을 이어받아 <라스트 제다이>에서 오리지널 시리즈 5편인 <제국의 역습>을 뼈대 삼아 레이와 핀의 모험담을 이어나간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혼란을 겪던 카일로 렌은 전편에서 아버지인 한 솔로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 다크 사이드에 더욱 심취하게 되고, 동료인 헉스 장군(도널 글리슨)과 함께 스노크의 총애를 받기 위해 비밀 병기인 스타킬러 기지를 가지고 우주를 어지럽힌다. 레이와 핀, 그리고 레아 장군을 비롯한 저항군이 믿을 구석은 이제 마지막 제다이인 루크가 다시 저항군 곁으로 돌아와 폭주하는 카일로 렌을 막는 것뿐이다.

<라스트 제다이>의 이야기는 사실 과거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통적인 이야기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고 톤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기본 위에 전혀 다른 캐릭터의 운용과 액션의 활용으로 다음 편의 이야기를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어낼 것. 이것이 라이언 존슨의 목표였다. 포스는 과연 얼마나 강력한가? 그리고 대체 다크 사이드는 왜 계속 존재하는가? 최후의 제다이 사원에서 은둔하는 루크를 찾아간 레이는 아무리 맞서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 루크의 대답은 과거 그가 오비완 케노비나 요다에게 들었던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포스는 물리적으로 강력한 힘이 아니다. 레이는 루크 곁에서 본의 아니게 제다이 수련을 하게 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즉 두려움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를 통해 용기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루크는 “그것이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사악한 슈프림 리더 스노크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이제는 어머니인 레아 장군의 목숨까지도 노리는 카일로 렌이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레이가 깨달아가는 포스의 힘이다. <깨어난 포스>에서는 그저 철부지 소년처럼 묘사되던 카일로 렌이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악역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게 되면서 영화의 주제의식은 더욱 견고해졌다. 이제 관객은 그가 방 안에서 자신의 부하들을 상대로 분노를 폭발시켜도 비웃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레이와 카일로 렌이 포스의 균형을 놓고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는 에피소드를 책임지는 와중에 BB-8과 포 다메론, 그리고 레이를 구하기 위해 적진에 뛰어드는 핀과 새로운 캐릭터 로즈를 앞세운 액션 활극을 통해 블록버스터영화로서의 시각적 쾌감을 충족시킨다. BB-8과 포 다메론 콤비가 만들어내는 유쾌한 공중전, 핀과 로즈가 합세해서 키브레이커를 찾아나서는 카지노 장면의 탈주 액션, 스노크의 방에서 펼쳐지는 레이와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 전투, 그리고 마지막 대규모 스키 스피더 장면 등은 시리즈 최고의 액션 장면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짜릿함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들 장면은 모두 아빈 전투와 호스 행성 전투 등 과거 시리즈 최고의 명장면이라 꼽히는 전투 액션을 기반으로 한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비장의 무기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굵직하다고 할 수 있는 시리즈 고유의 전투 장면이다.

스펠터클이 전부가 아니다

실패를 모르는 저항군이 끝까지 맞서는 영화의 엔딩에서는 스펙터클한 액션의 여운 외에도 이들이 왜 그토록 사악한 다크 사이드에 맞서 싸우는지, 왜 가만히 마음 편하게 지배당하며 살지 않는지, 그 의미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진짜 이기는 것은 증오하는 대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것이다”라는 로즈의 후반부 대사를 통해 앞으로 이어질 레이와 레아 공주를 비롯한 저항군의 다음 전투의 양상도 예고한다. 아마도 3편에서는 저항군의 운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고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깨어난 포스>가 캐릭터의 세대 교체를 외치며 등장했듯, <라스트 제다이>는 영화의 부제에서도 느껴지듯 한 시대를 온전하게 종결짓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 감동에 어서 동참해보시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촬영현장의 라이언 존슨 감독(오른쪽)

앞으로 등장할 <스타워즈> 시리즈

2016년 디즈니 CEO 로버트 아이거가 “회사 차원에서 더 많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원한다”라며 향후 <스타워즈> 시리즈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먼저 잘 알려진 대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는 연출을 맡았던 필 로드 & 크리스토퍼 밀러 감독이 하차하고 론 하워드 감독으로 교체되며 약간의 진통을 겪었다. 이 영화는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 이전 한 솔로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엘든 이렌리치가 어린 한 솔로 역으로 도널드 글로버, 란도 칼리시안, 에밀리아 클라크, 우디 해럴슨 등이 출연하며 2018년 5월 25일 개봉예정이다.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제작 발표 당시 보바펫에 관한 별도 주연작도 조시 트랭크 감독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으나 <판타스틱4> 이후 루카스필름에서 그와의 계약을 파기했다고 전해진다. 8편 이후에는 9편이 2019년에 공개 예정이며, 알려지지 않은 다른 단독작이 2020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제목 미정의 세 번째 트릴로지도 제작될 예정이다. 2017년 11월, 디즈니는 향후 새로운 3부작 프로젝트 연출을 라이언 존슨 감독이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영화는 스타이워커 가문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며 스트리밍 서비스 전용으로 TV시리즈 역시 만들어질 것이라고 알려왔다. 한편 제다이 마스터 요다에 관한 영화도 제작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자바더헛에 관한 영화 아이디어를 이야기한 적 있고 실제로 제작을 고려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과거 시리즈에서 제다이 마스터로 출연했던 이완 맥그리거도 오비완 캐릭터로 돌아올 수 있음을 시사했는데 확실치는 않으며 새뮤얼 L. 잭슨도 메이스 윈두로 돌아가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소문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된 바가 없다. 아무튼 이번 8편 이후 <스타워즈> 시리즈와 별도 단독 주연작 등 새로운 시리즈의 방향을 결정짓는 데 라이언 존슨 감독의 역할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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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