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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정범> “나 때문에 모두가 죽었을까?”
김현수 2018-01-24

그날, 그 자리에는 용산구 철거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9년 1월 20일, 철거민들이 시위를 벌이던 용산 남일당 망루에서 경찰의 폭압적인 강제진압과 화재가 발생해 5명의 철거민과 1명의 경찰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용산참사 현장에는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서울 상도동, 신계동, 성남 단대동 등에서 모인 타 지역 철거민들이 함께 망루에 올랐다. 경찰은 당시 망루에 있던 모든 철거민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했다.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2012년,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긴박했던 참사 현장 당시의 실체를 들여다보는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을 만든 바 있다. 그 속편 격에 해당하는 <공동정범>에서는 4년여의 실형을 살고 나온 5명의 ‘공동정범’ 철거민들을 따라다니면서 참사 이후 뿔뿔이 흩어져버린 진상규명의 움직임을 다룬다.

그날의 현장에서 벌어졌던 상황의 디테일을 파헤치기보다는 죽은 동료들을 버리고 나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철거민들의 속내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담아내는 데 집중한다. ’공동정범’이란 족쇄에 묶여 여러 이해 관계에 얽혀 있던 연대민들이 서로 상처받는 과정이 잘 담겨있다. 시대와 권력의 합작이 빚어낸 자본의 욕망이 힘없는 이들의 연대를 어떤 방식으로 망가뜨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작이다. 2016년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 한국 경쟁부문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수상했고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과 독불장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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