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편집장이독자에게
[주성철 편집장] <씨네21>이 #미투(#MeToo) 운동을 이어갑니다
주성철 2018-02-16

지난 2016년 가을, <씨네21> 1079호에서는 ‘#영화계_내_성폭력’ 기사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써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은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영화계 성폭력 사례들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특히 저희는 영화감독이 많은 피해사례에서 가해자인 경우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으며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직접적인 가해, 방관, 외면으로 상처를 받았을, 그리고 그로 인해 영화현장을 떠나야만 했던 여성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요지의 입장문을 발표했고, 그와 함께 조합 내에 특별 기구를 만들 것과 성폭력 예방교육 및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또한 ‘조합원 중 성폭력을 행한 사실이 확정적으로 밝혀질 경우 공개적으로 조합원 자격 박탈 및 제명할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 또한 지켰다. 그런데 그 첫번째 제명 감독이 예상과 달리 남성이 아닌 여성감독이다. 바로 <연애담> 이현주 감독이다. 이에 대한 김성훈 기자의 상세한 취재기사는 14쪽 ‘포커스’ 기사(‘이현주 감독 준유사강간 사건의 전모와 피해자 인터뷰, 그리고 이현주 감독의 두 번째 입장’)를 참조해주길 바란다. 기사에 포함돼 있듯, 이현주 감독은 아마도 최종 입장이라고 불러야 할 두 번째 입장문을 2월 8일 오후 <씨네21> 취재팀에 보내왔고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이상 영화 일을 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막 데뷔작을 만든 감독이 사실상의 은퇴 선언을 한 것이고, 어쨌건 그 모든 일이 사건 공론화 이후 일주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배우 곽현화가 <전망좋은 집>의 이수성 감독을 성폭력처벌법위반 혐의로 고소했던 형사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에 이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이에 이수성 감독은 직접 보도자료를 통해 심경을 전했는데, “제가 앞으로 감독으로서의 명예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굳이 다음과 같은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다. “끝으로 최근 영화계에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사건에 편승해서 저 같은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여기서 ‘부당한 일을 당하는 배우들’이란 아마도 최근 TV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 마지막회에 깜짝 카메오 출연한 배우 조덕제를 지칭하지 않나 싶은데, 그야말로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실로 당황스럽다. 앞서 얘기한 입장문 발표 즈음 감독조합과 진행상황을 논의하면서 첫 번째 제명 감독이 여성감독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거칠게 요약해 ‘그보다 더한 남성감독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다니는데 여성감독의 퇴출은 순식간에 이뤄진다’는 최근 SNS 반응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특집기사 이후 #영화계_내_성폭력 연속대담을 진행하던 중 한국여성민우회와 성폭력 포럼을 열면서 사실상 제보와 후속 취재가 한동안 없었다. 실명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절차상의 어려움, 해당 영화 관계자들과 반드시 크로스 팩트 체크를 해야 했던 과정상의 어려움이 겹쳐져 ‘소극적’이었다는 비판, 그리고 ‘너희는 다 알고 있던 것 아냐?’라는 비판까지 깊이 새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그 비판에 대한 응답이라 할 만한 기사들도 예정되어 있고 앞서 그 두 가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해법도 얻었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지켜봐주었으면 한다. 그렇게 이번 포커스 기사를 시작으로 #미투(#MeToo) 운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영화계 #미투를 metoo@cine21.com으로 보내주시길.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