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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기행③] <더 테일> 제니퍼 폭스 감독 - 무조건 시작하라
이현정(영화감독) 2018-02-19

제18회 선댄스영화제

이현정 감독과 제니퍼 폭스 감독(왼쪽부터).

-언제 영화감독이 되려고 했나.

=20, 21살 때쯤 원래는 시를 전공하고 있었는데 대학에 개설된 영화 수업을 받는 순간, ‘아, 이것이 내가 평생 해야 할 것이구나’ 직감했다. 레바논 전쟁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어 1987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어린 소녀 제니와 육상 코치와의 육체적 관계 장면은 어떻게 촬영했나.

=미국은 주마다 청소년의 육체적 관계를 촬영하는 데 세밀한 법이 있다. 예를 들어 루이지애나 같은 경우는 침대에 청소년이 앉기만 해도 포르노로 간주하기 때문에 제니와 촬영하는 동안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해야 했다. 어린 제니 대신에 22살의 작은 체구의 스턴트 더블(몸 대역배우)이 남자배우와의 육체 접촉 장면을 찍었고, 촬영장에는 심리상담을 위한 전문가가 같이 있었다. 누워 있는 장면도 실제로는 세로로 세워진 침대에 머리카락 등을 이용해 마치 누워 있는 듯하게 세팅한 것이다.

-로라 던의 캐스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오랜 친구 브라이언 드 팔마가 로라 던의 캐스팅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시나리오는 있었지만 당시 돈이 거의 없었던 터라 내겐 그녀가 주연을 맡아준 것이 크나큰 행운이었다. 첫 만남에서 “함께할래요?” 하고 손을 내밀자, 잠시동안 생각한 로라가 “네, 같이해요” 하면서 내 손을 잡았다.

-‘#MeToo #TimesUp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나는 다큐 영역에서 영화를 만들고 가르쳐왔기에 성 불평등에 대해서는 실감을 못했던 것 같다. 다큐멘터리 분야는 많은 여성감독과 제작자가 있기에 그랬던 거 같다. 그러다가 <더 테일>을 만들면서 처음으로 할리우드 세계를 겪고 놀랐다. 할리우드 여성 영화 제작자가 단 7%라니! 그러나 나는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 모두가 거대한 기운을 목격하고 있다고 느낀다. 할리우드가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진지하게 그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나 자신은 아직도 두려워하고, 불안해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곤 한다. 그러나 나이 든 여자감독의 이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하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인내한다는 점이다. “무조건 하라. 인내로서 이겨내라.”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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