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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의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
이주현 2018-02-19

콤 X, 마틴 루터 킹, 제임스 볼드윈(왼쪽부터).

라울 펙 감독의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2016)는 미국의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쓴 미완의 에세이 <리멤버 디스 하우스>를 각본의 토대로 삼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것은 흑인 민권운동과 미국의 (차별의) 역사에 대한 볼드윈의 깊은 통찰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 한없이 궁금해진다.

제임스 볼드윈과 흑인 민권운동가들

1963년, 미국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소속 시민운동가 메드가 에버스가 살해당했다. 말콤 X는 1965년에, 마틴 루터 킹은 1968년에 살해당했다. 5년 사이 벌어진 세명의 흑인 민권운동가의 죽음(정확히는 암살)은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볼드윈 역시 미완의 에세이 <리멤버 디스 하우스>에서 세 사람의 삶과 죽음을 연결지으려 했다. 볼드윈은 NAACP 회원도 아니었고 블랙 모슬렘도 아니었고 따라서 스스로 “나는 블랙팬서가 될 수 없었다”고 고백하지만, 이들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사랑했다. 말콤 X가 “무지한 흑인 목사들은 우리를 짓밟는 짐승들에게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을 내밀라 한다”며 마틴 루터 킹을 비판하고, 마틴 루터 킹이 “악에 저항하지 않는 것과 비폭력 저항엔 큰 차이가 있다”고 되받아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본 볼드윈은 훗날 그들의 관계를 이렇게 회고한다. “극과 극이었던 두 남자의 위치가 서로에게 점점 가까워지는 걸 지켜보았다.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날 무렵엔 마틴이 말콤의 몫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제임스 볼드윈.

제임스 볼드윈은 누구인가

1924년 미국 뉴욕 할렘에서 태어난 제임스 볼드윈(1924~87)은 인종 문제에 관해 탁월한 시각을 제공한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작가다. 흑인이자 동성애자였던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소설, 에세이, 평론, 희곡 등을 썼다. <산에 올라 고하라> <조반니의 방> <아멘코너>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른다> 등 무수한 저서가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단 한권도 번역된 책이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젊은 시절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에 영향을 준 작가로 제임스 볼드윈을 꼽기도 했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에는 흑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가 삽입되어 있다. 제임스 볼드윈은 1965년 케임브리지대학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을 한다. “전 법무장관 로버트 케네디는 40년 안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백인들에겐 이 말이 꽤 해방적인 말로 들렸던 것 같다. 할렘 주민의 눈으로 볼 때 그 말은, 이 땅에서 400년이나 살았던 우리에게 착하게 굴면 40년 뒤에 대통령을 시켜주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어쨌든 로버트 케네디의 말은 예언이 됐고, 제임스 볼드윈의 책을 읽고 자란 오바마는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됐다. 볼드윈은 흑인의 현실을 모르는 백인들의 무지를 염려했으며, 미국은 결코 ‘백인들의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제임스 볼드윈이 본 할리우드영화 속 흑인과 백인

제임스 볼드윈에게 <톰 아저씨의 오두막>(1927)의 톰 아저씨는 “자기 손으로 복수하지 않기 때문에 영웅이 아니었”다. “존 웨인으로 대변되는 백인 영웅들을 경멸하고 두려워했던 건 그들이 직접 복수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영웅은 존 웨인이었으며, 복수는 존 웨인으로 대변되는 백인들의 것이었다는 얘기다. 스탠리 크레이머의 <흑과 백>(1958)에 대해서도 흑인 주인공 시드니 포이티어와 백인 주인공 토니 커티스가 영화 내내 서로를 증오하고 반목하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화해하는 장면이 백인을 안심시키는 결말이라고 비판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에서의 시드니 포이티어의 역할이 흑인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흑인들은 특히 이 영화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도 재밌다. 볼드윈이 마블의 <블랙팬서>를 본다면 뭐라고 말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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